마하티르 訪中에 극진한 예우
‘對美 갈등’ 터키 채권 매입설도
중국이 말레이시아와 터키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을 찾은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를 극진하게 예우하는가 하면 미국과 맞서고 있는 터키엔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두 나라가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판단에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0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마하티르 총리와 만나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말레이시아에 대한 중국의 우호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취임 직후 마하티르 총리가 말레이시아에서의 일대일로 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지만 양국 간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대해 마하티르 총리도 “이번 방중은 중국과의 협력을 한 단계 더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화답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17일 마하티르 총리가 방중 첫 일정으로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를 방문했을 때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 등 유력 기업인 30여명과 만나는 자리를 제공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당시 중국과의 IT 기술 협력을 요청했고 현장에서 일부 기업들로부터 투자 의향을 전달받았다. 중국은 21일엔 마하티르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 면담도 준비하고 있다. 관영매체들은 연일 마하티르 총리의 정치 역정을 소개하고 방중 동선 등을 전하며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마하티르 총리를 극진히 대접하는 건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중국이 사업비 550억링깃(약 15조원)의 85%를 융자하는 조건으로 추진 돼온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 사업 등을 중단시켰다. 파키스탄과 캄보디아 등에서 부채 문제로 일대일로 사업의 좌초 위기를 겪는 중국으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필요할 경우 말레이시아의 부채를 대폭 탕감해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터키의 손을 잡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9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영도 아래 터키 국민이 단결해 일시적인 고난을 극복하고 안정적 발전을 실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선 터키 정부가 발행하는 위안화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중국이 터키를 지원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중국이 터키에 연대 의사를 내비친 건 ‘무역전쟁’이라는 동병상련의 입장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확산과 관계가 깊다. 차우쇼을루 장관이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한 건 중국이 원하는 답을 내놓으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