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짝짝짝짝짝.”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비슷한 박자를 가진 두 응원가가 뒤섞여 실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응원소리는 경기장 천장을 때리고 그대로 낙하 해 선수들을 흔들었다. 인도네시아 공격 차례엔 고막을 찢어놓을 듯한 기세로 사정없이 귀를 때렸다.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인도네시아는 20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포츠 콤플렉스 내 이스토라 경기장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8강에서 한국을 3-1로 손쉽게 제압했다. 8강에서 탈락한 한국 여자 배드민턴은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한국은 이날 첫 번째 경기부터 기선을 제압당했다. 성지현(27ㆍ인천공항)이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에게 1-2(13-21 21-8 18-21)로 패한 것이 뼈아팠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성지현이 세계 랭킹 9위, 툰중이 22위로 한국이 한 수 위였다. 성지현은 3게임 8-5로 리드하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10-10으로 따라 잡히면서 크게 흔들렸다. 단식 3경기, 복식 2경기를 번갈아 펼치며 먼저 3승을 챙기는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인 단체전에서 1경기는 매우 중요하다. 성지현은 경기 후 “상대 선수가 홈 이점을 살려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말했다.
한국도 반격을 가했다. 20여명의 한국 응원단은 붉은악마의 응원 구호인 “대한민국”을 연호했고 “가자, 가자, 가자!”를 곁들여 힘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1,000여명이 모여 경기장 한 쪽 응원석 전체를 차지한 인도네시아의 기세에 금세 묻힐 수 밖에 없었다. 평일 오전인 탓에 전날 보단 관중 수가 줄어들었지만 응원 소리는 여전했다. 배드민턴은 인도네시아에서 ‘국기’라 불릴 만큼 최고 인기 스포츠다.
팬들은 인도네시아가 공격할 땐 “이야!”라고 외치고 수비 할 땐 “후!”하고 기합을 넣었다. 한국 선수가 서브 직전 잠시 숨을 고를 땐 야유도 서슴지 않았다. 긴 랠리 끝에 점수를 얻을 때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그 때만큼은 인도네시아 취재진도 장비를 손에서 놓고 양 팔을 치켜 올렸으며 자원봉사자들도 잠깐 본분을 망각한 채 경기장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 인도네시아의 그레이시아 폴리가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를 펼친 끝에 점수를 따내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고, 세 번째 경기에 나선 인도네시아 배드민턴의 ‘샛별’ 피트리아니 피트리아니(20)의 경기 땐 승패와 상관없이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 열띤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기가 펼쳐진 4개 코트 가운데 나머지 3경기가 모두 마무리되고 인도네시아-한국 경기만 남게 되자 분위기는 마치 결승전처럼 바뀌었다. 네 번째 경기에서 여자복식 김혜린(23ㆍ인천공항)-백하나(18ㆍ청송여고)는 인도네시아의 기세를 꺾지 못 하고 0-2로 고개를 숙였다.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은 경기 후 “우리의 목표는 챔피언”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자카르타=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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