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사격의 늦깎이 정은혜(29ㆍ인천남구청)가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한국에 두 번째 은메달을 안겼다.
정은혜는 20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시티 슈팅 레인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248.6점을 쏴 중국의 자오뤄주(250.9점)에 이어 2위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김현준(무궁화체육단)과 함께 출전한 혼성 10m 총에서 예선 1위를 차지하고도 결선에서 4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고 당당히 시상대에 섰다.
이번 대회 사격에 총 메달 수가 4년 전 44개에서 20개로 반 이상 줄어 한국도 목표 금메달을 2개로 하향 조정했고, 이날도 큰 기대 종목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은혜의 뒷심은 무서웠다. 정은혜는 결선 첫 시리즈 5발의 사격에서 51.6점을 쏘며 4위로 출발했다. 두 번째 시리즈에서도 첫 발에서 9.7점에 그치며 6위로 내려앉는 등 총 24발 가운데 16발까지 165.3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조금씩 추격하더니 18발째에는 186.6점을 기록, 순식간에 2위로 치고 올라갔다. 19번째 격발에서 9.3점에 그치는 바람에 다시 메달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4위 엘리미네이션(탈락) 위기에서 10.8점을 쏘며 극적으로 생존해 동메달을 확보했다. 20번째 격발까지 3위를 지켜 메달 확보에 성공한 정은혜는 21번째 발까지 216.9점을 기록, 몽골의 간쿠야그에 불과 0.1점을 앞섰다. 탈락자(동메달)를 정하는 마지막 22번째 격발까지 결국 정은혜와 간쿠야그는 227.4점으로 동률을 이뤘다. 단 한 발로 3위를 정하는 슛오프에서 정은혜는 10점을 쏴 9.3점에 그친 간쿠야그를 제치고 극적으로 메달 색깔을 바꿨다.
정은혜는 이 종목 세계 정상급은 아니지만 지난해 대통령 경호처장기 전국사격대회와 올해 7월 열린 전국실업단사격대회에서 연달아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운 국내 1인자다. 강원체고를 졸업하고 2008년 미추홀구청에 입단했다가 개인사정으로 사격을 그만뒀던 그는 2015년 다시 총을 잡았다. 정은혜는 경기를 마친 뒤 "22살 때부터 3년 정도 운동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많은 일을 했다.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해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서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너무 긴장됐지만 목표였던 메달을 따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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