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 교수
“수요 따라 보조금 확충하고
수소 생산 늘려 가격 낮춰야”
“수소충전소가 국내에선 위험물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일 “국내 수소차 성장을 위한 핵심시설인 수소충전소 보급이 정부의 입지 규제에 발목 잡혀있다”고 지적했다. 수소차를 전기차와 함께 친환경 차로 키운다는 목표 아래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진행 중인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생각하면, 서둘러 국내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소충전소 등 고압가스 시설은 일반주거지역에 설치 불가능하다”며 “게다가 수소충전소가 위험물로 분류해 24시간 안전관리자격 취득자가 상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과도한 규제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국내 수소차의 보급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국내 수소충전소엔 한 달 기준 70명 정도의 고객이 방문하는 것으로 집계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전관리자를 24시간 상주하도록 하는 규정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사실상 설치하지 말라는 규제”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엔 이미 6월에 수소충전소에 안전감독자를 두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고 장기적으로 수소충전소 무인화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규제 개정에 나섰다.
이 교수는 수소차 관련 정부의 규제혁신 의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계기로 현대차가 상용화에 나선 수소차 ‘넥쏘’를 시승했다. 올해 혁신성장을 이끌 8대 선도산업 중 하나로 자율주행차를 꼽으며 성과를 내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규제혁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대통령의 의지가 예산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에까지 전달됐는지 의심스럽다”며 “올해 수소전기차 구매 희망자가 2,000명에 육박하는데 현재 편성된 보조금 예산은 시장 수요의 절반 정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장애물인 규제를 걷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소 에너지 사용도 촉진할 수 있는 법령 정비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수소도 결국 에너지인 만큼 국내 에너지업계가 적극적으로 수소 생산에 참여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신재생연료 혼합의무화(RFS) 제도에 수소를 일정비율 판매하도록 포함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에너지 회사들이 수소 판매를 늘리기 위해 수소충전소 확충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정유사들과 협약을 통해 경유에 바이오디젤 0.5%를 섞어 쓰도록 하는 등 강제성을 띤 RFS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수소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자동차 업계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에너지 산업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소차 인프라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면 현대차만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잘못됐다”며 “수소차는 벤츠 등 글로벌 업체뿐만 아닌 중국업체들까지 개발에 뛰어들고 있으며. 서둘러 수소차 시장을 형성해 기술 격차를 벌리지 못한다면, 중국의 추격에 위기에 빠진 국내 조선업계나 스마트폰 시장처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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