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31개 시ㆍ군 산하기관
대표직에 상당수가 퇴직 공무원
취업제한 공직자윤리법 있으나마나
경기도 내 기초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인사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 고위직 자리가 공무원 출신 재취업 자리로 전락, 폐해가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한국일보가 도내 31개 시ㆍ군의 산하 공기업인 시설관리공단(도시공사)의 대표직 채용현황을 파악한 결과 수원시와 안성시, 오산시, 의정부시, 하남시, 연천, 가평, 양평군 등에서 퇴직 공무원 상당수가 고위직을 꿰차고 있었다.
수원도시공사는 지난 2월 초대 사장으로 이부영 전 경기도 양평부군수를 임용했다. 이 사장은 수원시 팔달구 세무과장 등을 역임한 뒤 명예퇴직, 지난 2015년 경기도시공사 경제진흥본부장, 부사장 겸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낸 전관이다.
안성시설관리공단은 2015년 1월 박상기 안성시 전 안전도시국장을 이사장에 임용했다. 시설공단을 관리하던 책임자가 명예퇴직 후 이사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오산시설관리공단은 상임이사(본부장)로 오산시청 출신 전직 공무원을 채용했다.
전임 사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돼 1년간 경영 공백을 겪던 하남도시공사도 김재남 전 하남시 도시건설국장이 2016년 취임해 3년째 임기를 이어 가고 있다.
전문 경영인 등이 아닌 퇴직 공무원들이 대표직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퇴직관료의 재취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서라는 비판이 많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곳에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때에는 취업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인정해 관피아 인사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앞서 이재명 도지사의 인수위원회였던 ‘새로운경기특위’는 2010~2018년 경기도 산하 24개 공공기관 본부장급 이상 채용 현황을 파악한 결과 고위직 150명 중 공무원 출신이 86명(57.3%)인 것을 확인, 해당 기관들에 개선을 요구했다.
김병욱 새로운경기특위 위원장은 “공무원 과다 채용은 자칫 ‘보은 인사’나 ‘낙하산’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민간의 경쟁력 있는 전문 인사가 채용될 수 있도록 채용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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