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창단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개성고(전신 부산상고)는 20일 신월구장에서 열린 제46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2회전에서 지난해 12월 첫 발을 뗀 신생 팀 광명공고에 발목을 잡힐 뻔 했다. 7-2로 앞서던 경기를 에이스까지 모두 투입했지만 7-10으로 역전 당했고, 9회말 2아웃까지 1점 차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야구는 역시 9회말 2아웃부터였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번 이태겸(2년)이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안타 1개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상황에서 타석엔 포수 주성원(3년)이 섰다. 주성원은 2볼-1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사이드암 김이수(3년)의 3구째 공을 힘껏 받아 쳐 좌중간을 가르는 동점 2루타를 날렸다.
그의 활약은 방망이에서 멈추지 않았다. 90㎏의 거구가 도루로 3루를 훔쳤다. 주자가 3루까지 오자 상대 팀 수비는 더욱 압박을 받았고, 결국 2사 3루에서 4번 신동수(2년)의 평범한 땅볼을 상대 유격수 추인호(3년)가 1루에 송구 실책을 했다. 이 때 주성원은 자신의 발로 끝내기 득점을 올려 11-10, 짜릿한 역전극을 일궈냈다.
이날 극적인 동점 2루타 포함 6타수 2안타를 기록한 주성원은 “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낼 생각을 하고 직구를 노렸는데, 변화구가 실투로 들어왔다”며 “나한테 기회만 오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3루 도루는 상대 투수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뛰었다”면서 “항상 열심히 하고 파이팅 넘치는 것이 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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