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름 깊어지는 이용섭 광주시장 ‘되는 게 없네’
알림

시름 깊어지는 이용섭 광주시장 ‘되는 게 없네’

입력
2018.08.20 13:49
수정
2018.08.20 17:03
0 0

현대차와 투자협약 ‘가물가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놓고

버르장머리 막말에 거센 외풍

노동계ㆍ시민단체 잇단 사과 요구

찬바람 불기 전 결정 없던 일로

직무수행 지지도 하위권 부담

이용섭 광주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8월 중으로 마무리하겠다던 현대자동차와의 투자협약 체결은 가물가물해지고, 버르장머리 발언으로 비난을 자초하고, 직무수행 지지도는 하위권을 기록하고….’

최근 잇단 악재로 이용섭 광주시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통과 혁신을 기치로 내세웠던 이 시장이 취임 두 달도 안 돼 ‘불통’과 ‘관료주의’의 모습을 노정하면서 거센 외풍을 자초하고 있다.

이 시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현대자동차와 완성차 위탁조립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식 체결을 꼽았다. 이 시장은 그간 “8월 중으로 투자협약식을 해 연내라도 공장을 착공하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시장의 뜻대로 되긴 힘들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가 적용될 새 공장의 설립은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그 한 축인 노동계(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를 중단한 탓이다. 원인은 불통이었다. 한국노총은 “시가 그 동안 현대차와 협상 과정에서 노동계를 철저히 배제하고 협상 내용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는 뒤늦게 “노동계와 함께 투자협상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한국노총은 “광주시가 공식적으로 사과부터 하라”고 등을 돌리고 있다. 급기야 17일 열린 민선 7기 광주시 일자리위원회 출범식 및 제1차 회의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 위촉직 위원 3명이 불참했다.

시가 당초 6월 19일 예정했던 현대차와 투자협약식을 돌연 연기한 뒤 지금껏 현대차와 공식 협상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도 “8월 중 투자협약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시가 최근 새 공장 설립과 관련해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과 사업성 분석ㆍ경영전략 용역, 법무법인 선정 용역 등 3건에 대한 연구용역비 7억원을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해 광주시의회에 제출한 것을 놓고 비판이 제기된다. 시가 협상과 협약 체결에 앞서 사업 타당성 및 법률 검토 등을 면밀하게 추진해야 했는데, ‘8월 중 협약’을 먼저 예고한 상황에서 뒤늦게 4개월~1년짜리 연구용역을 진행한다는 게 앞뒤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시의 투자유치 협상 행정이 얼마나 헐겁고 허술하게 이뤄졌는지 방증하는 대목이다.

시청 밖의 상황도 이 시장에게는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이 시장은 16일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을 놓고 공론화 요구를 위해 예고 없이 시장실을 찾아온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그런 버르장머리는 어디서 배운 거냐”고 막말을 해 시민단체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실제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버르장머리라는 단어는 주인이 하인에게나 쓸 수 있는, 주종 관계를 전제하는 용어로, 이 시장이 말하는 협치의 파트너에게는 절대 써서는 안 되는 표현”이라며 “이 시장이 시대에 뒤떨어진 관료사회의 권위주의적 습성에서 갑질 언행을 했다”고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 시장은 취임 후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여부 등을 놓고 16년간 이어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면서 “찬바람이 불기 전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론화 방식을 놓고 광주시와 시민단체가 극명한 의견차만 드러내면서 갈등의 불똥이 이 시장에게 튄 셈이 됐다. 결국 공론화 논의를 이끌고 있는 시민권익위원회는 이 시장이 언급한 ‘찬바람 불기 전’으로 알려진 9월 말과 10월 초라는 결정 시한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 시장의 조급함이 부메랑이 돼 자신을 내리치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을 대상으로 한 7월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이 시장이 10위를 기록한 것도 그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 6ㆍ13지방선거에서 17개 시ㆍ도지사 중 최고 득표율(84.07%)을 기록했던 이 시장으로선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