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두 살 갓난아이였던 모습만 보고 월남했는데….”
20~22일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 1차 행사에서 북에 두고 온 아들과 손녀를 만날 예정인 이기순(91)씨는 “직접 만나기 전에는 (아들인지 아닌지) 모르지”라며 애써 담담함을 보였다. 하지만 “어디 살았는지 물으면 (아들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아들이면) 할아버지ㆍ할머니(이씨의 부모)가 어디서 어떻게 사셨는지 다 알 거다”라며 이내 눈물을 보였다.
“(아들을 만나면) ‘너도 술 좋아하냐’고 물어볼 것”이라며 웃어 보이는 그에게서 아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이 감춰지지 않았다. 수십 년을 따로 살았지만, 애주가인 자신을 아들이 쏙 빼 닮았는지 궁금한 듯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손녀도 만날 예정인 그는 “햄 등 먹을 거리와 의류, 화장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춘식(80)씨는 북쪽에 두고 온 여동생 춘실(77)ㆍ춘녀(71)씨를 만날 예정이다. ‘인민군을 피해 한 달만 피난을 가있자’는 생각으로 부모님과 함께 월남한 그는 “동생 두 명이 조부모님과 함께 고향(황해)에 남았던 건 조그만 애들은 잡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춘식씨와 동행하는 동생 춘영(64)씨는 남쪽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누나들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춘영씨는 “부모님이 피난 나와 돌아가실 때까지 한번도 누나들, 고향 얘기를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차마 입을 못 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6ㆍ25전쟁 발발 이후 형을 두고 나머지 가족들과 월남했다는 김종태(81)씨와 종삼(79)씨는 형수 정공주(81)씨와 조카 학수(56)씨를 만난다. 종삼씨는 “6~7년 전 개성공단에서 북한 인부 15명을 데리고 목수로 일할 때 50살 정도의 김학수라는 사람이 그 중에 있었다”며 “이번에 명단을 받아보고 이름과 나이가 비슷해 놀랐다. (그때 만났던 김학수가 조카인지) 반드시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속초=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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