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창업 기업 자금조달 쉽게 개혁 방안 마련하겠다”
개미들 냉랭, 지수도 하락세
정부가 창업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사업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반기 ‘자본시장 개혁과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투자했다 손실이 커진 개미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스닥 시장 점검을 위한 간담회’에서 “코스피 시장이 우리 경제의 현재라면 코스닥은 미래”라며 “최근 창업 열기가 확산되는 상황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코스닥 등 자본 시장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월 톡톡 튀는 사업 아이디어로 무장한 창업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투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도록 코스닥 상장 문턱을 낮추고 저평가 코스닥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 조성 등을 골자로 한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추가로 내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오는 11월 3,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 업 펀드(Scale-up) 조성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신규 투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하반기 중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본시장 개혁과제’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비상장 중소ㆍ벤처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쉽게 조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의 도구로 삼은 코스닥 벤처펀드의 경우 정부 정책과 맞물려 잠깐 흥행몰이를 하다 최근엔 코스닥 지수 급락에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17일 901.22까지 올랐던 코스닥 지수는 6월 중순부터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이달엔 8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닥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 종목의 약세,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같은 대외변수 등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만 믿고 코스닥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로선 큰 손해간 난 상태다. 20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시된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 10개 중 9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정부 발표에도 이날 코스닥 지수가 2.52포인트(0.33%) 하락한 769.78로 마감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줬다.
김 부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컸던 만큼 코스닥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코스닥 상장요건 완화로 올해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은 2015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100개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관계자는 “당국이 코스닥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 업종에 대해 앞장서 논란을 키우고 시장 불안을 증폭시켜 놓은 뒤 다시 코스닥 활성화를 외치는 것은 손발이 안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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