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협, 20일 비상 긴급총회 열어
“자율성 침해 표적감사” 주장
보직교수 10명 집단사퇴하자
총장은 공황장애로 쓰러져 입원
2학기 초빙교원 임용절차도 차질
내달 7일 수시접수도 악영향 우려
과학기술 강국을 지향하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이 흔들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가 2달 가까이 지속하면서 보직교수 집단사퇴, 총장 입원, 구성원 비상총회 등 격랑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디지스트 교수협의회는 20일 낮 교내 대강당에서 교원 직원 연구원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디지스트 전 구성원 비상 긴급총회’를 열고 과기부의 표적감사 중단을 촉구했다.
곽준명(뉴바이올로지 전공 교수) 교협회장은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공정하고 투명하게 잘못된 점을 찾아 내 문제점을 시정해야 할 것이지만, 최근 감사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학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성명서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어 비상총회를 소집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교협은 지난 15일 전임교원 이상으로 구성된 102명의 회원 중 82명과 비회원 4명의 서명을 받아 표적감사 중단 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이번 감사가 과학기술 강국을 위해 노력하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원을 흔들고자 하는 ‘표적감사’로 규정하고, ▦부당감사 중단 및 투명한 감사 실시 ▦기관 독립성과 자율성 존중 ▦총장과 과기부는 감사팀에 의한 사임압박 여부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이번 감사가 ▦연구비 부당집행의혹, 정규직 전환과정 등 1차 민원에 따라 지난달 2~20일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지난달 25일 펠로우 임용, 연구과제 편법수행, 부패비위 무마시도 등 2차 민원이 접수돼 지난달 30일부터 현장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또 총장사퇴 압박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감사는 20일 현재까지 계속 중이다. 주요 감사대상인 펠로우는 탁월한 업적을 낸 교원ㆍ연구원에게 부여하는 디지스트 최고의 직위로, 지난해 3월 3명의 펠로우 중 손 총장 등 2명을 재선정하고 1명을 탈락시켰다. 당시 탈락자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가 계속되면서 디지스트는 2004년 국책연구기관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하게 됐다.
보직교수 11명 중 1명을 제외한 10명은 지난 10일 보직사퇴서를 총장에게 제출했다. 같은 날 손상혁 총장은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쓰러져 6일간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2학기 초빙교수 임용도 차질을 빚고 있다. 디지스트는 내달 3일 개강을 앞두고 프로그래밍 영어 물리 3개 분야 초빙교수를 임용키로 했으나 최종 총장 면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달 7일부터 2019학년도 수시원서 접수가 시작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가 우수 지원자 이탈로 이어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이번 일이 연구수당 문제에서 촉발한 만큼 쉽게 마무리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학내외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연구수당 배분 과정에 소외된 D센터 한 연구원이 대학본부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스트는 자체 감사를 실시해 D센터장에 대해 ‘주의’처분을 내렸지만 D센터장은 지난해 말부터 올 봄까지 3차례에 걸쳐 손상혁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서한을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이어 7월부터 과기부 감사가 시작됐고, 감사 대상이 D센터장 서한과 대략 일치하면서 D센터장을 제보자로 의심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지역 한 대학가 관계자는 “진실과 무관하게 손상혁 총장은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날 위기에 처했고, D센터는 물론 디지스트 전체 연구역량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과기부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2004년 개원한 디지스트는 2011년 학위과정이 생겨 석박사과정생들이 처음 입학했고, 2014년에는 학부과정도 설치됐다. 지난 2월엔 첫 학부졸업생 96명이 학사모를 썼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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