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처럼 드문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면, 자동차 마니아들은 회담 못지않게 정상들의 차를 주목하곤 한다. 모델은 뭐며, 어떤 보안장비를 갖췄으며, 가격은 얼만지 등등, SNS는 정보와 추정과 상상이 뒤섞인 저마다의 ‘전문지식’들로 출렁인다. 물론 국가수반쯤 되는 이들의 전용차는 대부분 특별주문 제작품이어서 주요 성능은 국가기밀이다.
세계 정상 가운데 공용으로 승용차를 이용한 최초의 대통령은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1858~1919)였다. 그는 취임 이듬해인 1902년 8월 22일, 뉴잉글랜드 각 주를 빅토리아 모델의 승용차로 퍼레이드를 펼치며 이동했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사업에 진출(1903)하기 전이었고, 마차나 자전거, 재봉틀 기업들이 잇달아 자동차 초기모델을 출시하던 때였다.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대통령과 승용차라는 두 진귀한 구경거리를 환호하며 지켜보았다고 한다.
절정은 루스벨트가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의 공원 ‘포프 파크(Pope Park)’에서, 운집한 1만여 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노고와 헌신을 치하하는 연설을 한 때였다. “미국이 임금노동자들, 손과 머리로 일하는 여러분들의 수고에 최고의 찬사를 바치지 않는다면 나는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일 것입니다.” 남북전쟁과 인디언전쟁을 끝내고 미국의 통합과 경제 재건에 박차를 가하던 시절이었다. 석탄ㆍ철강 중심의 중공업으로 미국이 세계의 산업 선진국으로 도약하던 때였고, 진보와 혁신, 대자본가의 무대가 막 열리던 때였다. 그리고, 노사갈등과 흑인-백인, 이민 노동자의 노노갈등도 심화하던 때이기도 했다. 루스벨트는 자동차를 짧은 시간 동안 보다 많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이상적인 이동수단이라며 반겼다고 한다.
루스벨트는 최초로 승용차를 소유한 대통령, 잠수함을 처음 탄 대통령, 퇴임 후(1910)이기는 하지만 비행기를 처음 탄 대통령, 사저에 전화기를 처음 가설한 대통령, 백악관에 흑인(인권운동가 부커 T. 워싱턴)을 처음으로 초대한 대통령이기도 했다. 물론 그것들은 대부분 타이밍 덕이었지만, 그 역시 혁신을 추구한 대통령이기도 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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