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타고 개막식 등장 연출
“일부 스턴트맨 썼어도 호감도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KB)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이 오토바이를 ‘몰고’ 등장해 화제다. 차기 대선을 8개월가량 앞두고 열린 아시아 최대 스포츠 행사를 자신의 아이콘과도 같은 ‘친서민’ 이미지 강화에 활용한 것이다.
18일 오후 열린 개회식은 조코위 대통령이 탄 차량이 경기장으로 출발하는 동영상으로 막을 올렸다. 그가 탑승한 전용차량은 경찰 오토바이와 차량 등의 호위를 받으며 경기장으로 이동하지만 도중에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악명 높은 자카르타 시내 교통 정체 때문이었다. 차 안에서 두리번거리던 조코위 대통령은 좀체 정체가 풀릴 것 같지 않자 경호 오토바이의 운전자를 내리게 한 뒤 직접 몰아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친서민 행보 자체였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들 머리 위를 뛰어 넘고, 수준급 운전 실력으로 골목길을 통과하며 그 과정에서 생계형 트럭에는 양보 운전도 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땐 오토바이에서 내려 교통경찰로 변신, 일대 교통까지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길을 건너는 한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헬멧의 방풍 글라스를 밀어 올려 인사를 나누고, 대통령임을 알아차린 아이가 크게 놀라는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곡예 수준의 장면에서 운전자의 얼굴은 철저하게 헬멧으로 가려졌다.
이어 질주하는 영상 뒤에 실제 똑같은 정장 복장의 사람이 오토바이를 몰고 개막식장으로 들어왔다. 비슷한 체격에 같은 옷을 입고 조코위 대통령처럼 손을 흔들었지만, 헬멧은 벗지 않았다. 일부 장면에 다른 액세서리(반지)를 착용한 모습 등이 포착됐지만, 현지 일간 자카르타포스트는 “대통령이 오토바이를 직접 몰고 개막식장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교민 강상명(39)씨는 “일부 스턴트맨을 썼다고 해도 조코위 대통령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게 현지 분위기”라며 “그의 지지도 향상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4월에도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서자바주 한 농촌의 지역개발 사업현장을 둘러보는 등 ‘오토바이 타는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오토바이는 인도네시아 서민들의 주력 교통수단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개막식에서 “인도네시아 국민들을 대표해 45개국으로부터 특별한 손님을 맞게 돼 영광”이라며 “이번 대회는 아시아인 우리가 형제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부 자바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구 사업으로 성공한 조코위 대통령은 2005년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 이끄는 투쟁민주당(PDIP) 소속으로 인구 52만명의 중소도시 수라카르타 시장으로 당선된 뒤 2010년 재선했다. 친서민 정책과 현장밀착형, 소통형 리더십과 함께 개혁적 이미지로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로 불리던 그는 2014년 대선에서 군 장성 출신의 유력 대권 주자였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 총재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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