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격 요법, 경제위기 탈출 시도
자국 석유와 연동 새 화폐 도입
# 최저임금도 ‘60배 인상’ 초강수
학자들, 강력한 물가 상승 경고
실제 상점 문 닫고 가격 인상 시작
저유가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대중영합 정책실패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베네수엘라 정부가 명목임금을 단번에 60배나 인상하는 충격요법으로 위기 탈출을 시도하고 나섰다. 물가가 오른 만큼 명목소득을 올리면 살림살이가 좋아질 것이라는 단순한 발상인데,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전날 밤 TV 연설에서 이런 경제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20일부터 기존 볼리바르의 가치를 96%가량 절하한 ‘최고 볼리바르(sovereign bolivar)’라는 새 통화를 도입한다. 기존 화폐에서 뒷자리 ‘0’을 5개 떼어내는 이번 조치는 베네수엘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화폐 개혁이다. 새 통화는 또 베네수엘라가 자국산 석유에 기반을 두고 만든 가상화폐 ‘페트로’와 연동된다. 1페트로는 3,600 최고 볼리바르로 책정됐다.
마두로 정권은 또 월 최저임금을 300만 볼리바르에서 1억8,000만 볼리바르로 액면가 기준 60배나 전격 인상하기로 했다. 생산성 향상과 무관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입을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90일간 그 차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명목 소득을 끌어올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조치가 역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테시스파이낸시에라의 경제학자인 타마라 헤레라는 WSJ에 “투자를 유치하고, 안정 국면을 이끌 만한 요소는 하나도 없다. 더 강한 물가 상승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컨설팅회사 ODH 소속 경제학자인 아나벨라 아바디도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현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로이터통신은 “발표 다음날인 토요일 상점주인들은 문을 닫거나 문을 열더라도 물건 값을 더 올려 판매했다”고 전했다. 50대 주부인 마르타 라미레즈는 “토요일 은행 계좌에 남은 돈을 쓰려고 나갔는데, 문을 연 상점도 몇 곳 없었지만 문 연 곳에서도 텅 빈 선반이 많았다”며 “가진 돈도 얼마 없지만 이마저도 쓸모없게 될 것 같다. 정말이지 울고 싶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에 대해서도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하드웨어 가게 주인인 조니 헤레라는 로이터통신에 “정부도 돈이 없는데 무슨 돈으로 90일간 차액을 주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때 석유 부국이던 베네수엘라는 국제유가 폭락으로 수년째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규모는 마두로 대통령이 2013년 집권한 이후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이런 이유로 2014년 이후 인근 남미국가로 탈출한 베네수엘라 사람이 230만명에 육박한다. 물가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1만3,000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지금은 100만%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등 심각하게 치솟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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