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이산가족 89명
오늘 금강산으로 출발
2박3일간 6차례 11시간 만남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인데 뭔들 안 주고 싶겠어”
북측 동생과의 상봉을 앞둔 함성찬(93)씨 편에는 4개의 짐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춥지 말라고 챙긴 방한복부터 운동화, 초코파이 등 동생 가족에게 전달할 선물들이 담겨 있었다. 함씨를 모시고 온 딸이 “아버지 기력이 쇠하신다”며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말리는 통에도 함씨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21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남측 상봉단 89명이 강원도 속초 한화 리조트에 집결했다. 대부분이 팔순이 넘은 고령자들이었지만, 뜻하지 않게 헤어졌던 북측 혈육을 다시 본다는 기대감으로 리조트는 들썩거렸다.
북측 조카들을 만나는 이시득(96)씨는 “(북측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모시느라 수고했다는 말을 조카들에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이산가족 상봉단에) 당첨돼서 고맙다. 다 하늘의 뜻이 있나 봐요”라고 토로했다.
북측의 며느리와 손녀를 만난다는 백민준(92)씨는 “아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아들이 나보다 먼저 갔다고 한다. 그래도 그 소식이라도 들은 게 어디냐”라며 “(북측 가족을 만나려고) 건강관리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남측 이산가족(89명)이 북측 가족을 상봉하는 1차(20~22일)상봉과 북측 이산가족(83명)이 남측 가족을 만나는 2차(24~26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날 속초에서 짧은 방북 교육을 받은 1차 상봉단은 20일 오전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으로 떠난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2박3일간 환영만찬-개별상봉-객실오찬-단체상봉- 작별상봉 순으로 6차례에 걸쳐 약 11시간 동안 여태 나누지 못했던 혈육과의 정을 나누게 된다. 둘째 날 일정에 포함된 객실오찬의 경우 단체 식사가 아닌 가족끼리의 식사 시간으로 이전 이산가족상봉 행사에선 없던 일정이다.
속초=공동취재단ㆍ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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