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인 9ㆍ9절 전후로 외국인 단체 관광객 입국을 취소한 가운데 중국 소식에 밝은 싱가포르 언론에서 기념식 참석을 위한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을 보도하면서다. 올해 3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관계가 해빙기를 맞았다면 시 주석의 첫 방북까지 현실화하면 북중관계는 완전한 회복기에 접어들게 된다.
시 주석의 방북은 무엇보다 장기 교착국면에 빠진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북미가 비핵화 협상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북한이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대북제재 완화나 종전선언 처리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공산이 크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이 나서야 실질적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시 주석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미가 핵리스트와 종전선언의 맞교환에 의견을 접근했다는 소식까지 나와 전향적 타결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의 방북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북한이 든든한 시 주석의 후원에 기대 일방적인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한다면 북중러 대 한미일의 전통 구도만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의견을 나눌 때마다 미국이 ‘중국 배후론’을 지적했고 실제 북한의 협상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던 사정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대북 제재에 대한 불만을 부쩍 자주 언급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시 주석의 방북은 특히 남북미중의 연쇄 접촉이 진행되는 비상한 국면과 맞물려 의미가 증폭되고 있다. 이달 말 폼페이오 장관에 이어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고 남북이 3차 정상회담을 가지면 한반도 비핵화의 대략적인 방향성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중차대한 국면에서 협상 당사자인 북미가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시 주석 또한 북미 비핵화 협상의 판을 흔들기 보다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는 신중한 행보로 한반도 평화 조성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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