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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꽌시 뇌물 오가는 中 대입 축하연

입력
2018.08.19 14:10
수정
2018.08.19 18:4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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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ㆍ공무원 자녀 입학 빌미

잔치 열어 축하금ㆍ고가 선물 강요

기율위ㆍ감찰위, 공문으로 경고

“일부 적발 사례는 빙산의 일각”

공산당 간부나 공무원이 자녀의 대학 입학을 빌미로 축하연을 열어 뇌물을 받아 챙기는 관행을 풍자한 삽화. 바이두
공산당 간부나 공무원이 자녀의 대학 입학을 빌미로 축하연을 열어 뇌물을 받아 챙기는 관행을 풍자한 삽화. 바이두

“공산당 간부들과 공무원들은 입학철의 각종 행사를 빌미로 잘못된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호사다마(好事多魔ㆍ좋은 일에는 탈도 많음)가 본인의 신상에서 발생하는 걸 직접 확인하게 될 것이다.”

지난 13일 중국의 최고 반부패ㆍ감찰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일선에 내려 보낸 공문 내용이다. 같은 날 비공산당원까지 감찰하는 권한을 지닌 국가감찰위원회도 같은 내용을 발신했다. 두 기관은 앞서 지난달 25일에도 거의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서슬 퍼런 중국의 양대 감찰기관이 보름 새 반복해서 입학 축하연 등과 관련해 엄중한 경고를 한 건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중국의 대학은 우리와 달리 9월에 입학한다. 6월 7, 8일에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가오카오(高考)를 치른 뒤 한여름 무더위 속에 대학 입시를 진행해 8월 초ㆍ중순이면 합격자가 발표된다. 중국에선 자녀가 대학에 합격하면 동네잔치를 벌이는 풍습이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학 진학이 인생행로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급격한 도시화와 대학 진학률 상승에 따라 전반적으로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이런 관행은 여전하다.

문제는 이런 대학 합격 축하연이 사실상 뇌물을 주고받는 부패의 온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공산당 간부나 공무원이 개최한 축하연에 초대를 받으면 순수하게 축하를 주고받기보다는 ‘꽌시’(關系)를 유지하거나 혹은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거액의 축하금이나 고가의 선물을 건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입학 축하연 경제’라는 말이 꼭 나오는 이유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 서양(射陽)현 상무국의 리쑹양(李松楊)은 딸이 대학에 합격하자 축하연 개최를 빌미로 관내 19개 주유소 사장들로부터 각각 5,000위안(약 82만원)씩을 거뒀다가 축하연이 한창 진행되던 중 감찰반에 붙들려 조사를 받아야 했다.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의 한 농촌마을 당 서기인 저우리빙(周立兵)은 상부기관에 ‘규정에 어긋나는 축하연을 열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쓴 뒤 100여명을 초대해 성대한 행사를 열어 50만위안(약 8,200만원)을 거둬들였다가 덜미가 잡혔다.

중국청년보는 이 같은 사례를 전하면서 “감찰기관에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인지상정의 행사라도 부패의 고리가 된다면 반드시 끊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율위 관계자도 “각급 감찰기관의 활동을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ㆍ요란하게 변죽만 울림) 식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반부패ㆍ사정 활동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를 대상으로 강력하고 철저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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