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남북단일팀을 꾸린 우리 조정, 카누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중 카누 용선(드래곤보트)이 눈에 확 들어왔다. 화려한 용머리 모양의 배도 볼만했지만, 북소리에 맞춰 한 몸처럼 노를 젓는 선수들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키잡이 1명, 북잡이 1명, 노잡이 10명 등 12명의 선수가 한 팀을 꾸리는 드래곤보트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잡이들의 균형이라고 한다. 좌우에 앉은 각 5명의 노잡이가 같은 힘으로 노를 저어야 배가 최단거리로 나아가고 기록도 앞당길 수 있다. 그래서 쌍을 이루는 노잡이는 체격은 물론 체력까지 비슷한 선수로 배치한다. 드래곤보트의 핵심은 ‘균형’인 것이다.
한 나라의 국가경제도 드래곤보트 경기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좌우 노잡이가 배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처럼, 모든 지역이 균형있게 발전해야 국가경제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사회 경제 각 분야에서 갖가지 부작용이 드러나며 저성장의 고착화에 빠졌다.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계속 좌절하는 모습이다. 이는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국토개발 정책이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인구 자본 산업 등 국가의 모든 자원이 한 축에 쏠리며 심각한 지역 불균형과 지역주의를 초래했고, 이것이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균형 깨진 노잡이들의 드래곤보트가 좌우로 흔들리며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경부축 만으로는 대한민국호의 미래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발전축 설정과 개발이 시급하다. 그것이 바로 강호축이다. 그 동안 개발혜택에서 소외됐던 강원과 충청, 호남을 연결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자는 것이 강호축의 핵심 개념이다. 강호축은 국토를 골고루 활용하는 새로운 국토개발 대안이기도 하다.
강호축은 국가균형발전의 축을 넘어 남북평화와 통일의 축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충북선철도 고속화를 통해 호남에서 강원을 단숨에 연결한 강호축은 향후 북한을 넘어 유라시아로 진출할 수 있다. 강호축엔 바이오·에너지 등 미래 산업이 자리해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혁신성장의 축으로도 부상할 것이다.
이제 강호축을 국가계획에 담아 정부 차원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정부가 수립중인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 강호축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지금 아시안게임 드래곤보트 남북단일팀 선수들은 힘찬 북소리에 맞춰 한 몸으로 움직이며 금빛 물살을 가르고 있다. 좌우 균형을 맞춰 속도를 올리는 남북단일팀 선수들처럼 균형잡힌 강호축 개발로 세계속으로 다시 힘차게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려본다. 상상만해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이시종 충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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