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으로 위장해 적발하기도
경찰보다 더 무섭다는 얘기 들어
지능화하면서 단속 더 어려워져
위조 상품 사는 것도 범죄행위죠”
“최근 단속을 나가보면 옛날같이 짝퉁을 버젓이 진열해놓지 않아요. 옷과 위조상표를 따로 보관하고 있다가 손님한테 팔 때 ‘직접 달아라’며 상표를 끼워주죠. 삐끼(호객꾼)를 이용해서만 매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지는 더 오래됐고요.”
17일 서울시청 남산별관에서 만난 김종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특별사법경찰) 상표권침해수사팀장은 “위조상품 시장이 지능화, 음지화하면서 단속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사경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상표, 대부, 환경, 보건, 식품 등 특정 분야에 대해 행정 공무원이 수사권을 가지게 한 제도다. 김 팀장을 포함한 8명의 팀원들 역시 모두 경찰 공무원이 아닌 행정 업무를 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왔지만, 업무 특성상 이제는 잠복과 위장이 일상이다. 위법 행위를 발견해야만 범죄 현장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제보가 있어도 확실한 증거를 잡을 때까지는 밤낮으로 잠복한다. 지난달엔 일본어에 능숙한 한 수사관이 일본인 관광객으로 위장, 점조직 형태로 비밀스레 운영하던 명동의 한 짝퉁 판매장 적발에 성공했다. 짝퉁 시장에선 이 바닥 전문가인 공무원들이 경찰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요즘 가장 흔한 수법은 원산지 표시 위반 행위를 일컫는 일명 ‘라벨갈이’다. 값싼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메이드 인 코리아’ 라벨을 붙여 판매하는 식이다. 원산지가 한국산으로 바뀌면 중국서 3,000원에 사온 티셔츠도 순식간에 3만원으로 10배 이상 훌쩍 뛴다. 그는 “단순히 소비자를 속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이 때문에 국내 봉제 산업이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짝퉁 거래의 온상으로 떠오른 것은 또 다른 골칫거리다. 김 팀장은 “올해 상표법 위반 사건 77건 중 17건인 22%가 SNS 유통망을 활용한 사건이었다”며 “덩달아 연령대도 20, 30대로 부쩍 젊어져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짝퉁 근절을 위해서는 이를 제조하고 유통, 판매하는 사람들만큼이나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김 팀장은 지적한다. 시 특사경이 상표법 위반으로 지난해 입건한 사건은 203건으로 전년도인 131건에 비해 55% 늘었다. 김 팀장은 “공급만 차단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위조상품을 사는 소비자들도 자신이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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