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179. 한 살 추정 불도그 ‘꾹이’
“안락사를 시켜야 할 것 같아. 애가 너무 아파해.”
한 시골 집에서 40여마리의 개들을 돌보는 할머니가 펑펑 울며 말했습니다. 할머니는 그러면서 개에게 모기 살충제를 뿌리고 있었는데요. 할머니와 할머니가 돌보던 동물들을 돕기 위해 집을 방문했던 동물권 단체 카라의 활동가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의 온 몸에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던 겁니다. “애들은 보낼 수 없다”, “죽어도 함께”라던 할머니는 데려가 치료하겠다는 활동가들의 설득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올 여름 그렇게 구조된 개는 꾹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카라의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회복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 초 카라는 한 복지관으로부터 할머니와 개들을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개들의 울음소리와 악취로 주변 민원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할머니가 힘겹게 40마리의 개들을 돌보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활동가들이 할머니 집을 방문해보니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우선 할머니 혼자 감당하기에는 개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도움을 요청한 복지관에 따르면 3년 전만 해도 이렇게 개들이 많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오갈 곳 없는 개들을 돌보기 시작했고, 유기견을 돌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개들을 이곳에 버리고 갔고, 결국 개들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겁니다.
불도그 종 꾹이(1세 추정ㆍ수컷)도 올 봄 이곳에 버려졌습니다. 활동가들이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꾹이의 상태는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중성화 수술 날짜도 잡고, 치료가 필요한 동물들을 파악하기 위해 2주 후 다시 방문했을 때 꾹이는 힘없이 바닥에 누워있었습니다. 온 몸에 상처가 나있고 상처마다 구더기들이 꽉 차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은 할머니를 설득해 병원으로 데려가 피부를 파고든 구더기를 제거했습니다. 구더기를 없애는 데만 이틀이 꼬박 걸렸습니다. 치료를 위한 손이 부족해 활동가들과 수의사들이 번갈아 가며 꾹이의 구더기를 제거했는데요, 꾹이는 아프다고 조금 낑낑거릴 뿐 너무나 착하게 잘 참아줬다고 합니다. 이제 어느 정도피부 상처는 회복이 된 상태며, 상처 치료 때문에 미룰 수 밖에 없었던 심장사상충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꾹이는 활발하고 사람을 무척 좋아합니다. 아파서 움직이기 힘들 때 조차도 활동가들을 보면 엉금엉금 일어나서 다가와 반겨줄 정도라고 합니다. 상처가 다 나은 지금은 사람들에게 다가와 몸을 부비고 무릎 위로 올라옵니다. ‘앉아’도 할 줄 알고 다른 개나 고양이들과도 아주 잘 지냅니다. 지금은 치료 중이라 병원 로비만 산책하고 있지만 치료가 완전히 끝나면 산책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할머니는 꾹이의 소유권을 포기하고, 좋은 가족을 만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꾹이의 눌린 코와 돌출된 아랫니는 불도그 특유의 매력을 뽐냅니다. 하지만 불도그는 털도 많이 빠지고, 코도 골며 더위에 취약하고 식탐도 있어 건강 관리도 잘 해줘야 합니다. 어릴 때 버려져 한 가족의 반려견으로 제대로 지내본 적 없지만 참을성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꾹이가 평생 가족을 기다립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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