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와 한국을 각각 대표하는 꽃중년 톱스타 톰 크루즈와 박중훈이 30년전 리즈 시절로 돌아가 극장가를 찾는다. 하늘나라로 떠나간 휘트니 휴스턴도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깜짝 등장한다.
기록적인 폭염의 기세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는 가운데, 늦여름 극장가에 재개봉 열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한미 영화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화제작들이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한결 깨끗해진 해상도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다음달 관객들과 다시 만날 ‘우묵배미의 사랑’과 ‘보디가드’는 90년대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수작이다.
소설가 고(故) 박영한의 원작을 장선우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1990년작 ‘우묵배미의 사랑’은 서울 근교 가상의 마을인 우묵배미를 배경으로 소시민의 사랑을 그렸다.
앞서 안방극장에서 사랑을 독차지했던 드라마 ‘왕룽일가’와 원작자 및 극중 배경이 같아 사촌 격인 작품이다.
박중훈과 최명길이 불륜에 빠져드는 남녀 주인공 ‘배일도’와 ‘공례’ 역으로 호흡을 맞췄고, 이전까지 모델 출신 섹시스타로 익숙했던 유혜리가 ‘배일도’의 억척스러운 아내로 연기 변신을 시도해 화제를 모았다.
2013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난 휘트니 휴스턴과 80~90년대를 대표하는 미남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팝스타와 경호원으로 찰떡 궁합을 과시했던 ‘보디가드’는 휴스턴이 부른 주제가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를 다시 극장안에서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재개봉이 마냥 반가운 작품이다.
그리 높지 않은 완성도로 1992년 개봉 당시 평론가들의 혹평에 시달렸지만,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휴스턴의 노래와 연기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과 그를 뒷받침하는 코스트너의 과묵하면서도 헌신적인 경호원 변신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켰다.
한 극장 관계자는 이 같은 재개봉 열풍에 대해 “재개봉작 대부분은 거실 TV나 컴퓨터 모니터가 아닌 큰 스크린으로 다시 보고 싶어하는 중장년층 혹은 충성심 강한 마니아급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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