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터키 갈등 도화선 브런슨 목사 석방 요청 또 기각
트럼프 추가 보복 조치 예고, 양국 외교 갈등 점입가경
미국과 터키를 이끄는 두 스트롱맨들의 기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터키 법원은 미국이 거듭 요구하고 있는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을 또 다시 불허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앉아서 당하고 있지 않겠다”며 추가 보복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양국 정상의 자존심 싸움에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AFP, dpa 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 서부 이즈미르의 상급법원은 17일(현지시간) 테러조직 지원 등의 혐의로 구금 중인 브런슨 목사에 대한 가택연금과 여행금지 조치를 해제해 달라는 변호인의 요청을 재차 기각했다.
브런슨의 변호인은 “터키 법원이 브런슨 석방에 관한 세 번째 요청을 거부하고 가택연금 유지를 명령했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15일 뒤 다시 석방 청원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브런슨 목사의 변호인은 앞서 지난달 중순과 이달 중순에도 터키 법원에 브런슨의 석방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바 있다. 법원은 다만 지난달 말 브런슨 목사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그를 구치소 구금이 아닌 가택연금에 처하도록 조치했다.
지난 1993년 터키에 입국한 브런슨 목사는 2010년부터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이끌어오다 지난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그러나 브런슨 목사는 이 같은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
브런슨 목사 구금을 둘러싼 미국과 터키의 갈등은 양측이 상대국에 대한 경제 압박 조치까지 주고 받으며 심각한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압박하며 터키 장관 2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고, 지난 10일에는 트위터에 “터키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며 터키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터키도 미국산 자동차(120%), 주류(140%), 잎담배(60%)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며 맞불을 놨다.
미국의 제재로 터키 경제는 쑥대밭이 됐다. 터키 통화 리라화 가치가 폭락했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포함한 유럽과 아시아 등의 신흥시장 통화 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며 출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터키는 오랫동안 문제였다. 그들은 우방답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의 멋진 브런슨 목사를 붙잡고 있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다”라며 “그들은 그가 첩자라는 가짜 혐의를 날조했다. 그는 스파이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터키 당국을 향해 “그들은 오래 전에 그를 돌려보냈어야 했다. 내가 보기에 터키는 아주 아주 나쁘게 행동했다”며 “우리는 앉아서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 국민을 억류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 목사 억류로 인한 추가적 결과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터키 정부에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터키 장관들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며 터키 정부가 브런슨 목사를 즉각 석방하지 않는다면 추가 제재를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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