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살아있다’ 광고 늘자
직장인 이모(31)씨는 최근 고교시절 방송부 선후배가 여럿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과거 사진을 공유하며 추억놀이를 즐겼다. 사진은 국내 SNS의 시초 격인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퍼왔다. 이씨는 21일 “최근 영화관에서 ‘싸이월드가 아직 살아있다’는 광고를 보고 오랜만에 접속해 과거 사진들을 훑어보다가 혼자 보기 아까워 공유하게 됐다”라며 “이를 계기로 모두가 미니홈피에서 풋풋했던 그때 모습을 담은 사진을 퍼 나르는 재미에 빠졌다”고 했다.
과거 미니홈피를 이용했던 30, 40대 사이에서 일종의 ‘시간여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싸이월드가 지난 5월부터 펼친 광고몰이에 이용자들이 10년 넘게 곤히 잠자던 유물 같은 흔적들을 하나 둘씩 끄집어내 돌아보면서다. 문수진(33)씨는 “팍팍한 사회생활에 지쳐있던 요즘 대학시절 사진들을 내려 받아 당시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서로 위로하거나, 초심을 되새기곤 한다”며 “핑계 삼아 한동안 잊고 지낸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해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기도 했다”고 했다. 손모(42)씨는 “비교적 날씬했던 30대 때는 얼굴에 ‘턱 선’이 뚜렷했단 주장을 안 믿던 후배들에게 그 시절 모습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즐거워했다.
이용자들은 대체로 싸이월드의 부활을 반긴다. 요즘 유행하는 SNS에 광고성 게시물이 많아 피로를 느끼던 차에, 실제 아는 사람끼리 관계를 맺고 추억을 쌓던 옛 소통방식이 그리웠다는 얘기. 반면 학교나 동아리 활동 중 포착된 이른바 ‘굴욕 사진’이나 치아교정 또는 다이어트 이전 모습처럼 인생사에서 지우고 싶은 사진들이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오면서, ‘흑역사(부끄럽거나 지우고 싶은 과거) 공포’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결혼 전 만난 다른 연인 사진을 내미는 등 짓궂은 장난에 단체대화방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과 달랐던 과거 삶을 돌아보고, 이를 통해 재미 또는 위안을 얻는 건 추억놀이의 순기능이지만, 타인의 과거사진을 동의 없이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건 범죄 행위에 가깝다”라며 “사진 공유 등에 앞서 사진 속 당사자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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