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올해 폭염과 비교 분석
관측이래 신기록 경신 잇달아
올 여름 폭염이 역대 가장 더웠던 1994년 폭염의 수준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일수ㆍ평균기온ㆍ일조시간은 1994년을 능가했다.
기상청이 17일 배포한 ‘2018년과 1994년 폭염 비교’ 자료에 따르면 6월1일~8월16일 전국 평균 폭염일수(하루 최고기온 33도 이상)는 29.2일로, 1994년 27.5일을 제치고 1973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열대야일수(밤 사이 최저기온 25도 이상)는 15.7일로 1994년 16.6일에 다소 못 미쳤다.
올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5도로 1994년 25.4도보다 0.1도 높았고, 최고기온은 30.7도로 같았다. 이는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것이다. 일조시간 역시 올 여름 611.3시간을 기록해 1994년 564.6시간을 제치면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여름은 각종 기록을 낳았다. 지난 8월1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9.6도를 기록, 1907년 기상관측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는 기존 1994년 7월24일 38.4도보다 1.2도나 높은 것이다. 강원도 홍천도 41도까지 치솟으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록인 1942년 8월1일 대구 40도를 경신했다.
올해 폭염과 1994년 폭염은 크게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 발달 ▦서태평양 대류활동 강화 ▦중위도 지역 동서방향으로 위치한 기압계 현상이라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두 해 모두 우리나라 주변 대기상층에는 티베트고기압이, 중하층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하면서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됐고, 맑은 날씨로 인한 일사효과까지 더해진 것이다. 또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필리핀해 부근에서 상승기류가 활발했는데, 이 상승기류가 우리나라 남쪽 해상에 영향을 미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을 발달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북극 주변에 흐르면서 한기를 내려오지 못하게 하는 편서풍인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대기가 정체돼 폭염이 지속됐다. 두 해 모두 장마기간은 평년보다 짧고 강수량은 적어 폭염이 일찍 시작되고 강해진 배경이 됐다.
특히 올해는 1994년보다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더욱 강하고 폭넓게 발달했다. 더욱이 1994년에는 제11호 태풍 ‘브렌든’과 제14호 태풍 ‘엘리’가 영향을 미치면서 폭염을 잠시라도 완화시켰지만 올해는 제10호 태풍 ‘암필’과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모두 한반도를 비켜가면서 오히려 폭염을 부추겼다.
한편 연간 폭염일수(16일 기준 29.2일)가 1994년 31.1일을 넘어설 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15일과 16일 사이 전국 평균 폭염일수가 0.4일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주말에 1994년 통계를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음주에도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1994년 기록을 깰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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