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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어머니 꿈 꾸고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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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어머니 꿈 꾸고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 포함”

입력
2018.08.17 16:09
수정
2018.08.1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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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일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김균재(91)씨가 7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함경북도 회령 지역 항공사진을 펼쳐놓고 고향 마을이 있던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김주영 기자
20~26일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김균재(91)씨가 7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함경북도 회령 지역 항공사진을 펼쳐놓고 고향 마을이 있던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김주영 기자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기 며칠 전에 꿈에 어머니가 나와 손가락에 금반지를 끼워 주셨어요. 15년 전쯤에 88세로 돌아가셨는데 꿈에 나타나신 거예요. 그 꿈을 꾸고 기분이 좋았는데…”

이산가족 1차 상봉행사(20~22일)를 사흘 앞둔 17일 고호준(77)씨는 형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 한 켠에 지닌 채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먼저 떠올렸다. 형은 ‘북한에 가면 공부도 시켜주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당시 인민군 말을 듣고 스무 살 무렵 북으로 향했다. 당시 고씨는 국민학생이었고,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형의 결심을 말리지 못한 부모님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고씨는 “어머니는 형이 착실하고 생활력이 좋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형 밥이라며 한 그릇 떠놓기도 하셨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씨는 형을 만나지 못한다. 형은 이미 마흔 넷의 나이로 사망했기 때문. 생사확인 회보를 통해 수십 년이 흘러서야 형의 부고를 접했지만 고씨는 “전쟁 때 죽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고 했다. 대신 그는 형을 기억하는 86세 형수와 조카를 만날 예정이다. “옷은 치수를 모르니 좀 그렇고, 요즘 한국에 밥솥이 좋으니까 하나 사놨어요. 화장품도 사서 가려고요.”

북녘의 친지가 새로 꾸린 가족, 그러니까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왔던 이들을 이번 상봉행사를 통해 만나는 이산가족은 고씨뿐이 아니다. 이산가족 고령화로 인해 부모ㆍ자식ㆍ형제 등 직계 가족이 사망한 탓이다.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연일 나오는 이유다.

이산가족 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신청자 13만 2,603명 중 7만 5,741명(57.1%)이 사망했다. 생존자 5만 6,862명 중에서도 80세 이상이 62.6%(3만 5,571명)에 달한다. 최종 명단 교환 이후 ‘건강 악화’를 이유로 상봉을 포기한 이도 9명이나 된다.

이춘애(91)씨도 남동생 대신 조카를 만난다. 네 살 터울 남동생은 지난해 9월 사망했다고 한다. 가족을 두고 남쪽으로 피난 왔다는 이씨는 “동생이 하필 작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속상해서 며칠 동안 밥도 못 먹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다면야 더없이 좋았겠지만 꿈에 그리던 가족의 생전 자취를 기억하는 이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이산가족에겐 큰 위안이다. 이번 상봉에서 올케와 제부를 만난다는 조성연(85)씨는 “이번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고 헤어지면 제2의 이산가족이 될 것 같다”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으면서 “앞으로 서신이라도 주고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도 얘기했다”고 했다.

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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