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시작하라(Just Do It)’.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나이키의 광고 슬로건이 아니다. 버진 그룹의 수장 리처드 브랜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다.
지난 5월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우주여행 전문 회사 버진 갤럭틱은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에어스페이스센터에서 우주비행선 유니티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004년 민간인 우주여행을 목표로 설립된 이 회사가 2011년 우주 여행객 모집을 시작한 이후 첫번째 시험 비행 성공이다.
버진 갤럭틱은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으로부터 비롯됐고, 버진 애틀랜틱은 브랜슨의 ‘Just Do It’ 원칙을 잘 보여주는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1970년대 후반 브랜슨이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아내와 함께 카리브해로 여행을 갔을 때 푸에르토리코행 항공편이 기체 결함으로 결항됐다. 많은 승객이 화를 내거나 어쩔 줄 몰라 하자 그는 전세기 임대 가격을 알아본 뒤 큰 팻말을 만들어 공항을 다니며 사람을 모았다. ‘버진 항공사, 푸에르토리코행 편도 39달러’. 그는 공짜로 탔고 돈도 벌었다.
그의 첫 번째 사업은 17세 때 시작한 ‘스튜던트’라는 학생 잡지였다. 신생 잡지에 톱스타의 인터뷰를 싣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는 ‘Just Do It’을 실천했다. 직접 수백통의 편지를 쓰고 수백통의 전화를 걸어 사르트르, 존 레넌, 믹 재거 등을 잡지에 등장시켰다. 버진 그룹의 시작이었다. ‘버진’이라는 회사 이름도 처음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초보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처음이니까 고민하고 재는 게 아니라 곧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잡지 발행에서 음반, 항공 그리고 최근의 우주산업에까지 ‘Just Do It’은 일관된 모토였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대한 여러 얘기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본질은 ‘기하급수적인 변화의 시대’라는 점이다. 변화가 너무 빨라서 예측이 무의미한 시대라는 것이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경쟁과 시장의 경계까지 희미해지는 지금, 누구에게 무엇을 물어보고 고민할 시간이 어디 있을까. 힐튼이 에어비앤비가 자신의 경쟁자가 되리라고 예측했을까. 우리나라의 4대 금융그룹이 카카오를 경쟁사로 생각했을까. 지금 바로 해야 한다.
이것은 미국 벤처기업가 에릭 리스의 ‘린스타트업(아이디어를 빠르게 최소 기능 제품 또는 시제품으로 제조한 뒤 시장의 반응을 보고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 방식이기도 하다. 기하급수적 변화의 시기는 기하급수적 몰락과 성장의 다른 말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이 평균적으로 시가총액 10억달러에 도달하는 데 20년이 걸렸다면 오늘날 유니콘 기업들은 5.5년밖에 안 걸린다. 그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은 포춘 500대 기업의 40%는 10년 내에 망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Just Do It’은 버진 그룹 리처드 브랜슨의 성공 방정식이자, 오늘날 모든 기업들이 따라야 할 생존 방식이다.
전창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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