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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복지수당에도 블록체인 적용… 연간 5조원대 부정수급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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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복지수당에도 블록체인 적용… 연간 5조원대 부정수급 차단

입력
2018.08.20 04: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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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브코인 시스템’ 확대 추진

가상화폐로 수당 지급도 검토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과제로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 기자

영국은 2016년 국가 차원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선언했다. 그리고 민간 기업과 협력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국가적 역량을 축적해나가기 시작했다. 투표 시스템에서부터 에너지 산업 활성화, 주요 사회기반시설을 사이버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일까지 다양한 공공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그 해 5월 영국 노동연금부(DWP)가 단행한 실험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바로 복지수당 지급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으로 연간 5조원 부정수급 방지

대표적 복지국가인 영국은 매년 160억 파운드(한화 약 238조 8,000억원)의 세금을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복지수당으로 지급한다. 문제는 부정수급과 행정실수 등으로 인해 새어나가는 금액이 연간 35억 파운드(약 5조 349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고의적 부정수급이 약 12억 파운드, 수급자 실수로 인한 과잉지급이 15억 파운드, 행정직원 실수로 인한 손실이 7억 파운드가량 되는 것으로 영국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5조원의 아까운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고 정책 효율성을 끌어올릴 묘안이 절실했다. 영국 정부는 때마침 비트코인 광풍으로 화제가 된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했다. 수급자의 지출 내역을 정부가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면 부정수급을 쉽게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였다. DWP는 곧 런던 기반 IT 스타트업 ‘고브코인’(GovCoin)과 손을 잡고 작은 표본을 대상으로 은밀한 실험에 돌입했다.

실험에 참여한 수급자 24명은 6개월간 고브코인에서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수당을 지급받고 사용해야 했다. 고브코인은 실험 참여자들의 수당 지출 내역을 암호화시켜 여러 서버에 분산 저장했고 쉽게 조작할 수 없도록 했다. 이렇게 저장된 정보를 활용해 DWP는 수당을 부적절한 곳에 소비하는 부정수급자를 걸러낼 수 있었고, 신청이나 지급 과정에서 벌어지는 자잘한 실수를 쉽게 포착해 시정할 수 있었다. 어플리케이션이 일종의 계좌 역할을 한 셈이라 은행 등에 지급되는 중간비용을 절약하는 의외의 수확도 거둘 수 있었다.

확대 도입 고려 중이지만… ‘프라이버시 논란’ 등 과제도

결과는 성공이었다. 당시 실험을 주도한 올리버 이든 전 DWP 차관은 의회에 출석해 “소규모 집단에서 복지수당 지급 효율성을 높이는 데 효과를 보였다”며 “참가자들 역시 고브코인 시스템을 ‘매우 유용하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은행 계좌 개설에 어려움을 겪는 대다수 수급자들이 고브코인을 활용해 수당을 체계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DWP는 추가 시뮬레이션과 결과 분석을 거쳐 고브코인을 확대 도입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시스템 제공 업체 측은 입ㆍ출금 계좌 역할의 어플리케이션을 넘어 아예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로 복지수당을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기술 개발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기대 못지 않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영국 과학부는 “수급자들이 시스템을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기까지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디지털기기 보급률이나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에게는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 자체가 커다란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넘어야 할 큰 산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특히 개인 신상과 거래내역 등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정부에 의해 감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든 전 차관은 “고브코인은 DWP가 수급자 동의 없이 임의로 정보를 열람하거나 유출시킬 수 없게 설계돼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제니 테니슨 영국 정보공개협회(ODI) 기술담당자는 “DWP는 지난 실험 결과와 외부 전문가단 분석을 대중에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와 처리에 대한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이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라고 강조했다.

런던=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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