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낙폭 줄이며 2240선 유지
인도 등 신흥국 시장 불안은 여전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출렁였던 국내외 금융시장이 미중 무역협상 재개 기대감에 다소 안정세를 찾았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2.2원 오른 1,130.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터키발 금융불안이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로 전이될 것이란 우려에 전일 종가 대비 7.1원 상승(원화 약세)한 1,135.0원으로 출발한 원ㆍ달러 환율은 한때 1,136.5원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1,138.9원)에 근접했다. 그러나 오후에 중국 상무부 대표단이 이달 말 미국을 찾아 무역협상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화 약세가 한풀 꺾었다. 전날 달러당 6.94위안까지 치솟으며 7위안 선을 위협 받던 위안화 환율도 이날 6.89위안대로 떨어졌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협상 재개의 손을 먼저 내민 만큼 중국이 화답 차원에서 위안화 안정 조치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불편하게 여기는 강달러 추세를 누그러뜨리는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되면 원ㆍ달러 환율도 위안화 환율과 연동돼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도 이날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매도로 1% 넘게 하락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한때 2,218.09까지 밀리며 장중 기준으로 지난해 5월2일(2,212.8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협상 재개 소식에 낙폭을 줄이며 2,240선을 회복(종가 2,240.80)했다.
그러나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은 여전한 분위기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무역적자 확대로 고전하고 있는 인도의 통화 루피는 이날 장중 달러당 70.3673루피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루피ㆍ달러 환율은 1.58% 하락하며 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홍콩은 전날 6억달러에 이날도 16억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사들이며 홍콩달러 가치 방어에 나섰다. 미국 달러화에 환율을 고정시키는 페그제를 운용하는 홍콩은 미국과의 금리차가 벌어지며 홍콩달러 가치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전날 자국통화(루피아)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5.50%로 올렸다. 지난 5월 4년 만에 처음 기준금리를 올린 이래 세 번째 금리 인상 조치다.
신흥국 증시가 대세적 하락장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영국 증시의 FTSE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 1월 고점 대비 20% 하락했고, 24개 신흥국 대표기업 주가로 구성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도 전날보다 2%, 1월 고점보다는 19%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