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상반기 8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대비 4% 늘어난 수준인데, 이런 추세라면 순이익 규모가 6년 만에 최대였던 지난해 실적도 앞설 게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대출금리 조작과 채용비리 탓에 은행의 실적 잔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시중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0억원 늘었다. 상반기 은행의 실적 상승을 견인한 것은 단연 이자이익 증가 덕분이다. 은행들은 상반기 이자이익으로 19조7,000억원을 벌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급증한 수치다.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된 덕분이다. 상반기 국내은행의 NIM은 1.6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의 이자 수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값을 전체 이자 수익 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올라갔다는 것은 같은 돈을 굴려 과거보다 많은 이자 순수익을 거뒀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출은 만기가 상대적으로 길어 기준금리 인상으로 장기채권 이자율이 뛰면 금리도 함께 오르는 구조”라며 “반면 은행 예금은 넘쳐나다 보니 아무래도 금리를 올려줄 유인이 작아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 대출 금리는 변동형의 경우 곧바로 금리 인상이 반영되지만 예금 금리는 시차가 걸린다.
상반기 은행의 대손비용이 1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1.8%(1조7,000억원) 줄어든 것도 순이익 증가에 영향을 줬다. 조선업 등 제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은행이 부실기업에 물린 대규모 대출이 줄어든 덕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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