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사람이야기] 달리ㆍ순무ㆍ제시카심순 인터뷰
#1. 다리 부상당한 달리 5년전 입양
다양한 표정으로 SNS 인기 몰이
#2. 털 빠지고 방광염 앓던 순무
인스타그램통해 귀염둥이 부활
#3. 덩치 큰 진도믹스 어렵게 입양 결정
순둥이 성격에 애교쟁이로 거듭나
동물과 관련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하지만 이 중에서도 더욱 특별한 주인공들이 있다. 이들의 인기는 단순히 귀여운 외모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어려움을 딛고 새로 만난 가족과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개서전’(개와 자서전의 합성어)과 ‘냥사전’(고양이의 울음소리와 자서전의 합성어)을 낸 3인방인 ‘달리’, ‘순무’, ‘제시카 심순’의 반려인들로부터 책에 담긴 이야기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직접 들어봤다.
달리의 긍정에너지 받아 가세요… ‘달리’와 반려인 이지은씨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서점. 서점 문이 열리기 네 시간 전부터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날 특별한 사인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사인회 시작 전 많은 대기 인파로 서점 내 통행로가 막힐 정도였다. 아이돌의 인기를 방불케 한 주인공은 흰색 털이 보송보송한 포메라니안 종 달리(7세ㆍ암컷). 이날은 반려인 이지은씨가 달리와의 이야기를 담은 책 ‘달려라 달리!’ 출간을 기념해 준비한 행사였다. 이씨는 “달리의 발바닥 모양을 그대로 본 떠 만든 도장으로 사인을 대신해 찍어드리는 자리였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와서 놀랐다”고 말했다.
달리는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평정한 스타견.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30만명에 육박한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인천공항 홍보대사에 발탁된 데 이어 가수 십센치의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5년 전 다리를 다친 채 버려진 달리를 입양한 이씨는 달리의 다양한 표정을 혼자 보기 아까워 SNS에 올렸고, 달리의 귀여운 표정과 이씨의 재치 있는 글이 더해지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김치전을 앞에 두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달리의 사진은 ‘개무룩’(개와 시무룩의 합성어)’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씨는 달리와 만나 서로 변하게 된 과정을 책에 담았다. 벌써 해외에 사는 독자가 책 500권을 구매해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 이씨는 “달리가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변해온 과정, 또 달리로 인해 나 역시 변한 것들을 전달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 에너지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달리에게 보내준 편지와 선물을 보면서 감동받아 눈물을 쏟기도 했다”며 “넘치는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고양이에 대한 오해 풀고 싶어요” 순무와 집사 윤다솜씨
“고양이도 외로움도 타고 가족들에게 나름의 방식대로 애정을 표현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스코티시폴드 종 순무(2세ㆍ수컷)의 집사인 윤다솜(29)씨의 일상은 이제 순무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윤씨는 순무와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뿐 아니라 작은 규모지만 순무를 주인공으로 한 스티커, 거울, 메모지 등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순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 선택한 직업이다.
윤씨 부부는 2년 전 고양이 입양을 결심하고, 온라인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베이지색 고양이를 데려왔다. 하지만 당시 5개월령이던 고양이는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해 털도 빠지고, 방광염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윤씨 부부는 전 주인에게 고양이를 돌려보낼 수 없었고, 동글동글한 얼굴이 채소 순무와 닮아 순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순무와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혈뇨까지 볼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 있어서 밤낮으로 돌봐야 했다. 더 큰 과제는 순무의 마음을 여는 것이었다. 윤씨는 “처음에는 집에서 숨어만 있고, 밥도 잘 먹지도 않았다”며 “한달쯤 지나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우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윤씨는 그 해 가을 순무와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지금은 22만명의 팬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순무처럼 느려도 괜찮아’라는 책까지 출간할 정도로 인기다. 윤씨는 “SNS에서 순무를 보면 예쁘다고만 생각하겠지만 실제 키우다 보면 힘든 점도 많다는 점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순무가 스코티시폴드 종인 것을 알리는 것도 조심스럽다. 귀가 접힌 외모로 귀여움을 한 몸에 받지만 관절염, 청각장애 등 유전병이 있어 전세계적으로 교배시키지 않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윤씨는 “SNS만 보고 동물 입양을 쉽게 결정해선 안 된다”며 “좋은 점이 더 많지만 평생 책임질 각오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도믹스도 이렇게 예뻐요~ ‘제시카 심순’과 홍조 작가
SNS 동물 스타 중에서도 진도믹스종 제시카 심순(4,5세 추정ㆍ암컷)은 유독 돋보인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만명. 다른 동물 스타들보다 많지 않은 숫자지만 출판사가 ‘시카’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순종도 소형견도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시카와의 일상 이야기에 일러스트 작가인 반려인 홍조(34)씨의 그림이 더해지면서 진도 믹스를 주인공으로 한 ‘제시카 심순의 봄’이 지난 봄 출간됐다. 이제 시카는 SNS상 제일 유명한 진도믹스견이다.
홍조 작가는 2년 전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진도믹스의 임시보호를 맡아줄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다. 병원에 5개월 가량 피부병 치료를 받은 황구가 있는데 보호소에 가면 재발할 수 있어 잠깐이라도 지낼 곳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고양이들과 함께 생활하던 그는 대형견이라 같이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오갈 곳 없는 ‘예쁜 누렁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너무 예쁜데 진도믹스기 때문에 실내에서 함께 사는 반려견과는 다르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며 “미모의 배우인 제시카 심슨의 이름을 따 제시카 심순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홍조 작가는 처음에는 입양을 보내기 위해 시카 사진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특유의 웃는 표정도 매력적이었지만 시카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예쁜 옷을 입힌 것도 인기에 한몫 했다. 시카를 응원하는 이들은 늘었지만 입양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는 임시보호를 시작한 지 1년이 되던 지난해 4월 시카를 정식으로 입양했다. 대형견이라 힘에 부칠 때도 많지만 SNS를 통해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조언해줘서 함께 키우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는 “진도믹스는 마당에서 키우면서 집을 지키거나 개고기로 팔려나가는 개로 인식돼, 실내에서 키운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며 “진도믹스도 사랑스러운 반려견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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