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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용화의 삶

입력
2018.08.16 04:40
수정
2018.08.16 14:3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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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태권도 선수였다. 중학생 때는 전국소년체전에 나가 은메달을 땄다. 태릉선수촌 입촌을 꿈꿨을 소년은 한 미국 잡지를 보고 인생 행로를 바꾸었다. 잡지에는 영화 ‘대부’ 시리즈로 유명한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베트남전을 다룬 ‘지옥의 묵시록’(1979) 촬영 모습이었다. 헬리콥터를 탄 채 몸을 살짝 빼고 카메라 렌즈를 보고 있는 코폴라 감독이 너무나도 멋져 보였다.

▦ 소년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집안은 가난했다. 학비를 벌어야 했다. 복학과 휴학을 반복했다. 1년 돈을 벌고 1년 공부하는 식이었다. 휴학 기간마다 트럭을 몰고 전국을 누볐다. 생선을 팔았다. 고객은 주로 주부들이었다. 그들과 농담을 주고 받고 흥정을 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알았다. 김용화 감독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서 영화 만드는 법을 그때 터득한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 영화 ‘오! 브라더스’(2003)로 데뷔했다. ‘미녀는 괴로워’(2006)로 600만 관객을 모았고, ‘국가대표’(2009)로 충무로 대표 흥행 감독 중 하나가 됐다. 흥행 감독이 되어서야 반지하 원룸을 탈출했다. 2013년 225억원을 들인 블록버스터 영화 ‘미스터 고’가 흥행 참패했다. 감독으로서 첫 실패였지만 타격이 워낙 커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스터 고’ 제작을 위해 만든 시각특수효과(VFX) 회사 덱스터 스튜디오가 전화위복이 됐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2015년 중국에서 1,000만달러를 투자 받았고, 증시에 상장됐다. 김 감독은 충무로 큰 손이 됐다.

▦ 김 감독의 영화 속 가족은 결핍투성이다. 주인공은 배가 다른 형제가 있거나(‘오! 브라더스’), 해외 입양아(‘국가대표’)다. 핏줄이 없어 가족 같은 고릴라에 기대기도 한다(‘미스터 고’). ‘신과 함께: 죄와 벌’(2017)의 주인공 자홍은 지독한 가난을 견디다 못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 싶어 한다. 김 가족의 신산했던 가족사가 반영됐다. ‘신과 함께: 인과 연’(2018)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쁜 사람은 없어, 나쁜 상황이 있는 거지.” 김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신이 담긴 대사라고 했다. 김 감독의 삶을 돌아보면 이런 변용이 가능하다. “나쁜 미래는 없어, 나쁜 현재가 있는 거지.” ‘신과 함께’ 시리즈가 연달아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람을 긍정하고, 삶을 부정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성취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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