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KTX 세종역ㆍ행정수도 완성 엇갈린 입장
세종시와 충북 갈등 부추긴다 우려
충청권 표심 공략용 립서비스 지적도

충청권 표심 공략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KTX 세종역 등 세종시 현안들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면서 지역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후보들이 정치적 셈법에 기대에 현안들에 대한 기대감만 키워놓고 당 대표 선거 이후에는 안면 몰수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대표에 도전한 송영길(55), 김진표(71), 이해찬(66) 후보는 지난 10일 KTX 세종역 신설과 행정수도 완성 등 중요 현안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송 후보와 김 후보는 이날 충북 청주장애인스포츠센터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충북도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 대표ㆍ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세종역 신설에 반대했다.
송 후보는 “세종역 신설은 예산 낭비”라고 못박은 뒤 “강호축(호남ㆍ충청ㆍ강원) 개발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도 “KXT 오송역을 애초 충청권 광역자치단체 간 합의대로 세종시의 관문역으로 지키고, 오송역을 중심으로 국가 X축 고속철도망을 완성하겠다”고 세종역 설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이와 달리 이 후보는 충북의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세종역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최근 한 TV토론회에서 재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세종역 설치에 앞장 서 온 그간의 모습과 거리가 먼 것이다.
세 후보는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과 관련해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선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송 후보는 지난 6일 TV토론회에서 헌법 개정을 통한 행정수도 완성을 강조했다. 송 후보는 “현재로선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며 “이춘희 시장, 청와대와 긴밀히 상의해 잘 풀어가겠다”고 했다. 세종이 지역구인 이 후보도 “행정수도 완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제가 총리일 때도 추진해 왔다”며 “먼저 법률로 행정수도를 정하고 나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반면, 김 후보는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의지를 갖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와 협의해서 국회분원, 정부부처 이전 등을 잘 추진하겠다”고 했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개헌보다 국회분원 등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는 현실론을 끄집어 낸 것이다.
당권 주자들의 엇갈린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으면서 KTX 세종역을 둘러싼 세종시와 충북도 간 갈등이 깊어질 조짐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10일 청주에서 열린 당 합동연설회에서 세 후보에게 세종역 설치 백지화 등을 담은 건의문을 전달했다. 재선에 성공한 이춘희 세종시장이 세종역 설치 재추진을 노골화하자 당 대표 후보들을 상대로 저지 활동에 나선 것이다.
행정수도 완성과 관련해서도 후보들이 ‘립서비스’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 이후엔 정치적 여건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당 차원의 지원 등은 ‘나 몰라라’ 하며 발을 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민주당은 행정수도 완성과 관련해 법률 위임으로 사실상 당론을 정했었는데 당 대표 선거를 한다면서 또 개헌 등을 운운하고 있다”며 “전대 이후 슬그머니 없던 일로 돌아가지 않도록 현안들에 대해 당 차원의 약속 이행과 지원을 확실히 담보할 것을 후보들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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