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작약과 일본 목련을 각각 함박꽃, 황목련으로 부르고 있다. 이처럼 북한에서 사용하는 식물 이름의 절반 가량이 우리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북한 지역 식물 3,523종이 담긴 ‘조선식물지’를 ‘국가생물종목록’과 비교한 결과, 약 50%에 달하는 1,773종의 식물명이 우리와 다르다고 15일 밝혔다.
대표적으로 미나리아재비목에 속한 작약은 북한에서는 함박꽃으로, 장미목에 속한 자도나무는 북한에서는 추리나무로 불린다. 마디풀목에 속한 소리쟁이는 북한에서 송구지로 부르며 나물로 식용하고 있다.
식물명이 다른 경우를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외래어 순화, 비속어 배척 등 남북한의 정책적인 원인에 의한 차이가 18%, 합성명사(-나무, -풀 등)의 유무와 같은 단순한 차이가 약 10%, 두음법칙의 미사용 등의 표준어 표기법 차이가 약 7%였다. 이밖에 기준명(속명)의 차이나 문화의 차이에 따라 다른 것도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남한의 경우 국명을 처음으로 부여한 문헌의 선취권을 인정해 국명을 정하는 반면 북한의 경우, 국가나 일부 학자가 제시한 기준으로 식물명을 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한자어, 외래어, 비속어와 지역 명칭 등도 식물명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북한은 비속어사용을 기피해 홀아비꽃대는 홀꽃대, 기생꽃은 애기참꽃으로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약, 백송, 라일락으로 사용하지만 북한은 외래어를 순화해 각각 함박꽃, 흰소나무, 큰꽃정향나무로 부른다. 일본 목련을 황목련으로, 중국 단풍은 애기단풍나무로, 서울제비꽃은 긴털제비꽃으로 부르는 데 이는 식물명에 지역명 사용을 지양하기 때문이다.
무궁화와 오미자는 북한에서 무궁화나무, 다래나무로 부르는 등 단순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조선식물지에 수록되어 있는 식물 총 200과 996속 3,523종 중 전 세계에서 북한지역에서만 자라는 고유종은 장군풀, 쌍실버들 등 58종으로 조사됐다. 남한 문헌에 기록되어 있지 않는 식물은 총 314종이었는데 이 가운데 국내에서 재배하는 종과 분류학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한 139종을 제외한 175종을 국가생물종목록에 추가할 예정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국가생물종목록과 조선식물지의 차이점을 정리한 ‘국가생물종목록집북한지역 관속식물’을 이날 발간했다. 이는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www.nibr.go.kr) 생물다양성 이북(E-book) 코너에서 볼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조사집 발간으로 국내 문헌에 기록되어 있지 않는 한반도 자생식물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분단 이후 지속적으로 이질화되고 있는 남북한 식물명의 현황과 원인을 분석하고 식물명 통일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연구부장은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총체적인 규명을 위해서는 남북한 생물표본의 상호 교환, 연구자들의 공동 조사 등 남북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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