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동향 파악 임무 등 그대로
“간판만 바꿔 달아” 비판도
정부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해체에 따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를 창설하기 위한 대통령령을 14일 확정했다. 방첩 기관으로서의 임무를 구체화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벗어난 상부 지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기존 기무사 간판만 바꾼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여전하다.
국방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군기무사령부령 폐지령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 제정령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새로 만들어진 안보지원사령은 내달 1일 안보지원사 창설과 동시에 시행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안보지원사령을 의결하며 “기무사는 그 동안 민간인 사찰, 정치 및 선거 개입, 군내 갑질 등 초법적 권한 행사로 질타 받아왔다”며 “앞으로 어떤 이유에서도 안보지원사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을 국민께 약속 드린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에 대해 “범죄 성립 여부를 떠나 기무사가 결코 해서는 안 될 국민 배신 행위였다고 생각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로 제정된 안보지원사령은 ‘군 및 방위사업법에 따른 방위산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외국ㆍ북한의 정보활동 대응 및 군사기밀 유출 방지’라고 안보지원사의 방첩 업무 범위를 규정했다. 이전 기무사령의 업무 범위를 한층 구체화한 것이다.
또 민간인 사찰 금지, 권한 오남용 및 인권침해 금지, 정치적 중립 준수 규정을 적시했고, 이를 어기는 상부의 지시에 대해 이의를 제기 할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정보 수집 업무와 관련 기무사령에 있던 ‘첩보’ 표현은 ‘정보’로 변경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기무사가 비판 받은 이유 중 하나가 확인되지 않은 첩보를 양산해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이었다”며 “확인된 정보를 다루는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무사가 군 내에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인 군 동향 파악 임무는 그대로 유지됐다. ‘대(對)정부전복’ 임무는 ‘대국가전복’으로 표현만 바뀌었고, 국방부 동향 파악을 해온 100기무부대도 설치 근거를 명시해 다시 둘 수 있도록 했다. ‘기무사 해편(解編)’ 의지를 강조했으나 결과적으로 군 내부 정보기관을 이름만 바꿔 존치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군 관련 사안’이란 안보지원사 업무 범위가 모호하고, 정권이 바뀌면 다시 정권 코드에 맞춘 사령관과 감찰실장을 임명해 중립 의무를 파기할 것이란 우려와 비판도 제기된다.
한편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을 수사중인 민군 합동수사단은 이날 기무사와 예하 부대 1곳, 연구소 1곳을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기무사 요원 등의 소환 조사에서 계엄령 문건 작성 과정의 위법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