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급한 휴대폰 사용
“스파이 노출 가능성 있어”
어업 강국인 북구 노르웨이의 페르 산베르그(58) 수산부 장관이 정부 보안 규정을 어기면서 이란인 여자친구와 함께 이란을 방문, 비판에 휩싸였다 결국 사임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산베르그 장관이 사임의 뜻을 밝혔다. 올바른 결정이다. 그는 보안을 다루는데 있어서 신중함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산베르그 장관의 사임을 발표했다.
산베르그 전 장관은 내부 규정 상 이란 방문 사실을 사전에 총리실에 알려야 했지만, 지난달 초 이란 출신 여자친구 바하레 레트네스와 이란을 여행하면서 총리실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이란은 중국, 러시아와 더불어 노르웨이 정보당국이 간첩 행위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꼽는 곳이다. 산베르그 전 장관은 이란을 여행하면서 정부가 지급한 휴대폰을 소지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정부 규정에 따르면 내각 인사는 노르웨이와 보안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은 나라를 여행할 때 정부가 지급한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BBC는 “산베르그 장관이 이란에서 스파이에게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는 휴대폰을 가져갔으면 안 됐다”고 말했다.
특히 동행한 산베르그의 여자친구 레트네스는 이란 미인대회 출신의 28세 여성으로 이란 정부와 연관이 있는 인물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레트네스는 노르웨이에서 망명 신청을 세 차례 거부 당한 끝에 거주 자격을 취득, 현재 생선 수출 사업을 운영하며 노르웨이에서 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노르웨이 정보당국은 레트네스의 이란 정부와의 연계성, 산베르그 전 장관 휴대폰의 해킹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산베르그 전 장관은 문제가 된 부분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사과로 무마해보려고 했지만, 지난 5월에도 정부가 지급한 휴대폰을 가지고 중국을 방문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사임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베르그 전 장관은 장관직과 함께 당직도 내려놨다. 우파 정당 진보당에서 부대표를 맡고 있었던 그는 부대표직에서도 사임한다고 밝혔다. 반이민 성향의 진보당은 이번 사건에서 산베르그 전 장관을 감싸지 않고 야당의 비판에 가세했다.
산베르그의 하차로 진보당은 올 들어 소속 정당 장관이 두 번째로 낙마하게 됐다. 앞서 실비 리스타그 진보당 소속 법무부 전 장관은 지난 3월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 논란이 돼 하차했다. 노르웨이는 중도 우파 보수당(45석), 진보당(27석), 중도 성향의 자유당(8석)이 연립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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