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금융위 사무처장 진술 공개
“금융기관장에 앉히라 지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가 이 전 대통령 금융권 인맥인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금융기관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직접 관여했다는 진술이 공개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회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수십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 공판에서, 검찰은 2008년 당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1급)이었던 임모씨 진술을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씨는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가 누구를 금융기관장으로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며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 청와대에 들어가 지시를 받았고, 실제 선임 작업은 제가 했다”고 진술했다.
임 전 사무처장은 조사에서 “당시 이팔성씨를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앉히라는 청와대 지시는 실제로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이것 때문에) 금융위는 청와대에서 완전히 찍혔고,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난리가 났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 전 회장은 2007년 12월 대선 전후 이 전 대통령 측에 인사청탁과 함께 22억5,000만원을 제공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이 전 대통령 측에 산업은행장이나 거래소 이사장 직을 바라고 거액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청와대와 금융위는 이 전 회장을 염두에 두고 거래소 이사장 인선작업을 벌였으나,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전 회장은 정권 출범 후 4개월이 지난 2008년 6월에야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임 전 사무처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에서 이팔성을 회장으로 하라는 오더가 분명히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임 전 사무처장의 진술은 이 전 대통령 측이 이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인사 관련 청탁대로 금융기관장 인사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공판에서 이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돈을 제공한 상황을 상세히 기록한 ‘이팔성 비망록’이 공개되자, 이 전 대통령 측은 “매일 썼는지, 몰아서 썼는지를 감정할 필요가 있다”며 비망록의 진실성을 반박한 바 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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