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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문자 트윗’ 따라하며 반격 날린 이란 최고지도자

입력
2018.08.14 08:11
수정
2018.08.1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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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경제위기 원인은 로하니 정부ㆍ부패관료 책임으로 돌려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1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대중 연설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1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대중 연설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문자 트윗’ 스타일을 차용해 미국의 이란 핵 협상(JCPOA) 탈퇴와 제재 재개를 강경한 어조로 비난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최근 미국 관료들이 우리에 대해서 제멋대로 떠들고 있다. 제재 외에도 전쟁과 협상을 논하고 있다. 여기에 관해 국민들에게 몇 마디 하겠다”라고 적은 뒤 영어 대문자로 “전쟁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협상도 없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미국과 협상 불가를 선언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영문 트위터.
미국과 협상 불가를 선언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영문 트위터.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발언은 형식상 이란 국민들을 향하고 있지만, 제재 재개에 임박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조건 없는’ 대화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한 이란의 응답을 내놓은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상대로 작성한 ‘완전 대문자’ 트윗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이란과 미국의 전면전을 경계하는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에 “다시는 미국을 위협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역사상 전례 없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이란 국영방송을 인용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대중 연설을 통해서도 “미국과의 대화를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은 절대로 대화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며, 핵 협상 탈퇴는 미국이 협상 상대로 신뢰할 수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과의 전쟁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란과 전쟁이 있을 것이라고 과장한다. 실제로는 우리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고 그들도 이란과 군사적으로 맞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연설에 참석한 이란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연설에 참석한 이란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의 제재 여파로 늘어난 이란의 경제위기 원인은 제재보다 정부 운영 실패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는 경제위기 여파로 이란 지도부 전체를 겨냥한 시위가 빈발하자, 대중의 분노를 이란 핵 협상을 주도한 로하니 정부에 돌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이란 정부는 최근 강도 높은 부패 관료 처벌을 통해 민심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 주말 동안 수도 테헤란시의회 의원을 포함한 70명 가까운 관료들이 부패 혐의로 체포됐으며 100명 이상이 출국 금지 조치를 받았다.

2015년 핵보유 5개국과 독일, 유럽연합(EU)이 이란과 체결한 이란 핵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올해 5월 탈퇴 선언과 8월 제재 복원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이란 경제도 위기를 맞고 있다. 제재 재개 전후로 이란 리알화의 가치는 폭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문가들은 2018년 이란의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의 석유 수출을 막는 11월 추가 제재 부활은 이란 경제에 결정타가 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핵 협상 재개 조건으로 미사일 개발 제한과 시리아ㆍ이라크ㆍ예멘 등의 준군사조직 지원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미국의 요구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13일 이란 국영방송은 ‘파테흐 모빈’이라 불리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했음을 공개했다. 아미르 하타미 이란 국방장관은 “이란을 향한 압력이 거세질수록 모든 부문에서 국방력을 늘리려는 우리의 의지도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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