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 퇴직연금, 물가 감안하면 사실상 손실”
“증권사 사고 대비 모범규준 내놓을 것”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기금형퇴직연금 도입안에 자동투자제도(디폴트옵션) 반영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업자가 사전에 결정된 방법으로 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제도다.
권 회장은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기금형 퇴직연금 법안에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빠져있지만 반영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안이 포함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기업과 독립된 연기금 수탁 법인을 설립해 퇴직연금 운용을 맡기는 구조다. 이 법안에는 자산 운용을 맡는 수탁법인이 적립금 운용방법을 제시하는 투자원칙보고서(IPS) 도입은 포함돼 있지만 디폴트옵션은 빠져있다.
미국이나 호주 등에 도입돼 있는 디폴트옵션은 투자자의 별도 투자 지시가 없을 경우 퇴직연금 운용사가 자동으로 미리 지정한 대표 상품에 편입한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묶여 있는 것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다.
권 회장은 “기업 퇴직연금 가입자 대부분이 DB형인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실”이라며 “IPS, 디폴트옵션 도입 등으로 퇴직연금 운용을 잘할 수 있게 만들어 연간 수익률이 5~6%가량 나와야 노후보장이 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증권사의 거래 사고와 관련해 사고 방지를 위한 업계의 모범규준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증권 관련 사고는 협회와 회원사, 금융 당국이 공조해서 재발을 막아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며 “모범 규준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대체거래소 설립에 대해서는 “회원 증권사들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은 참여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단계”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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