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부총리 “국내 영향은 제한적… 필요하면 시장 안정 조치”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 여파가 국내 금융시장에도 미치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1,130원대로 상승(원화 약세)하고 증시가 급락했다. 요주의 신흥국이던 터키의 상황 악화가 위험자산 회피 심리 강화, 시장 변동성 확대를 매개로 신흥국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까닭이다. 그러나 국내외 시장에서 터키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시장 불안이 심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5.0원(0.44%) 상승한 1,133.9원으로, 지난달 24일(1,135.2원) 이후 처음 1,130원대로 올라섰다. 리라 가치가 지난 10일(현지시간) 17% 폭락하는 등 터키가 외환위기를 방불케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 가치가 급등한 영향이다. 코스피 지수는 34.34포인트(1.50%) 하락한 2,248.45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5월 4일(2,241.24) 이후 1년 3개월만의 최저치다. 외국인은 1,72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조성했다. 코스닥 지수 또한 29.16포인트(3.72%) 하락한 755.65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터키 위기의 파급 경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행 대출을 비롯한 터키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높은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가가 동요할 경우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를 거쳐 상대적으로 견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까지 금융 불안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터키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유로존 은행들의 신용공급이 위축되고 일부 취약한 동유럽 국가에도 연쇄적으로 충격을 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달러화 강세를 지속화시키고 신흥국 전반의 금융시장 약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이 터키 위기에 전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양국의 경제적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의 터키 관련 익스포저(3월 기준)는 12억2,000만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0.5% 수준이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금융기관 차원에서 봐도 터키 관련 익스포저는 전체의 0.83%에 불과하다”며 “금융기관을 통해 다른 국가로 터키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은 있지만 금융시스템 전체가 부실화되는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터키 경제에 대한 익스포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필요하다면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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