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동물의 반려인에도 말 전해준다며 돈 뜯어내

지난해 8년 기른 반려견 ‘코코’를 떠나 보낸 강모(31)씨는 상실감과 그리움에 힘들어하다 우연한 기회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애커)’를 알게 됐다. 죽은 동물과 영적 교감을 하며 주인과 연결을 해준다는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온 그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을 뒤로 하고, 상담을 신청했다.
강씨가 애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으로 코코 사진을 보내자 애커는 곧 죽은 코코와 접속됐다면서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코코 말을 전했다. 강씨가 그렇게 애커와 1시간 남짓 대화하며 지불한 돈은 7만원. 강씨는 “진실여부와 별개로 ‘잘 지내고 있다’니 위안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반려동물 사진만 보고도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거나 심지어는 영혼 교감까지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에서 고객을 모집한 뒤, SNS로 반려동물 사진과 이름을 보내주면 ‘연결됐다’면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은 뒤 반려동물의 내면 얘기를 주인에게 대신 전해주는 식이다. 일종의 ‘동물 무당’인 셈. 애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애커양성’ 수업까지 생겨날 정도. 실제 대부분은 ‘반려동물을 잃고 슬퍼하는 주인들을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30분~1시간 동안 반려동물의 말을 전해주는 대신 5만원~10만원 남짓을 받는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 없이 반려동물 주인의 무너진 심리를 이용한 상술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질병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 주인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애커를 찾는다. 최근 췌장암을 앓고 있는 강아지 때문에 상담을 받았다는 정모(28)씨는 “병원에서도 더 이상 손쓸 수 있는 방도가 없어 아픈 강아지를 보고만 있었는데, 애커가 ‘떠날 때가 됐을 뿐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는 강아지 말을 대신 전해줬을 때는 눈물만 나오더라”고 전했다.
문제는 지나친 맹신이다. 반려인 커뮤니티에는 “지인들 중에는 강아지가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데 병원이 아니라 애커를 찾는 이들이 있다”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 심리를 이용한 사기와 무엇이 다르냐”는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정광일 한국애견행동심리치료센터 소장은 “냄새를 맡는 습성이나 선호 장소 등, 평소 행동 패턴을 통해 반려동물 심리 등을 분석할 수는 있지만 사진만 보고 반려동물과 교감하거나 심리를 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동물과 말이 안 통한다는 점을 이용한 명백한 상술이므로 심리적 위안이나 흥미 이상으로 애커 말을 믿지는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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