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 나체 사진을 찍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 모델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가해자 처벌을 강하게 원한다는 점이 감안된 판결인데, 일부 여성들은 예상보다 높은 형량에 ‘편파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판사는 13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모(25)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안씨는 5월 1일 홍익대 누드 수업에서 남성 모델 A씨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올려 유포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누드모델로서의 직업을 저버리고 피해자 몰래 촬영한 것을 넘어, 남성혐오사이트에 얼굴을 드러나게 해 피해를 확대 재생산했다”며 “피해자가 이로 인해 극심한 우울감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었고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완전한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인격적 피해를 끼쳤고, 인터넷 파급력을 볼 때 피해자가 여자냐 남자냐에 따라 처벌 정도가 달라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반 몰카 범죄보다 체포와 구속 등 속도가 빨랐다는 ‘성차별 수사’ 지적이 일면서 여성들이 대거 참여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여성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날 판결 역시 피고인이 여성이라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는 반발이 일었다. 공교롭게 이날 부산지법에서는 사귀던 여성 나체사진을 찍어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20대 남성에게 “피해자가 거듭 선처를 탄원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이유로 벌금 200만원과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이 같은 성차별 수사ㆍ재판 논란 속에 경찰청은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을 설치, 11월 20일까지 100일 간 특별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여성단체들이 지목한 음란사이트 216곳, 웹하드 30곳(대량유포자 아이디 257개), 커뮤니티 사이트(일간베스트저장소ㆍ오늘의유머 포함) 33곳을 우선 수사 대상으로 정했으며 여기에 빠진 워마드와 텀블러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점검할 예정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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