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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불장군 트럼프에 맞서… 초대형 반미 연대 중심에 선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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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불장군 트럼프에 맞서… 초대형 반미 연대 중심에 선 푸틴

입력
2018.08.13 16:47
수정
2018.08.13 19: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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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ㆍ카자흐 등 카스피해 연안국

송유관 설치 등 경제 협력 물꼬

시리아ㆍ터키와도 적극적 대화

아랍 민심 잡기 행보도 나서

# 양제츠 中 정치국원 러시아 방문

푸틴 접견해 전략적 대화 나눌 듯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2일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열린 카스피해 연안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악타우=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2일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열린 카스피해 연안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악타우=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거주 전직 첩보원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극물 공격 사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뒤늦은 제재 폭탄을 맞은 러시아의 외교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이란을 포함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우호를 강조하고 시리아를 향한 인도주의 지원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의 고위급 전략 대화도 예고돼 있는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공세에 맞서 초대형 반미 연대를 구상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ㆍ아제르바이잔ㆍ카자흐스탄ㆍ투르크메니스탄 정상은 12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열린 ‘카스피해 연안 5개국 정상회의’에서 20년간 논란이 돼 온 카스피해의 법적 지위 정립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카스피해의 해저 자원 개발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송유관 설치 등 경제 협력 가능성을 열었다는 의미도 있지만, 중앙아시아에서 중동에 이르는 러시아의 군사ㆍ외교 영향력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합의를 “기념비적인 중요성이 있는 특별한 회담”이었다면서 이란 및 중앙아시아 주변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에는 미국이 탈퇴한 이란 핵 협상(JCPOA)에 대한 지지도 포함됐다. 대신 러시아는 카스피해에 대한 비서명국의 군사 개입을 배제하면서 사실상 카스피해 제해권을 확보했다.

푸틴 대통령의 행보는 카스피해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이란과 협력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면서 인도주의 지원을 늘리고 있다. 시리아 북부 반군 점령지 근방을 중심으로 러시아 국기와 시리아 국기가 나란히 걸린 보급차량이 파견돼 ‘아랍 민심’ 잡기에 나섰다. 러시아는 이란뿐 아니라 시리아의 반정부 진영을 대변하는 터키와도 적극 대화를 이어 가고 있다. 터키는 최근 미국과 관계가 경색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새 친구를 찾겠다”라고 발언하는 등 러시아를 새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반미전선을 구축한다면 반드시 끌어들여야 할 최대 파트너는 중국이다. 미ㆍ중 무역전쟁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다 피해도 점점 늘고 있어 궁지에 몰린 중국 역시 러시아의 손을 잡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14일부터 4일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전략 대화를 진행한다. 양 정치국원의 대화 파트너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지만 일정 중 푸틴 대통령과의 접견도 있다. 알렉스 가부예프 카네기연구소 모스크바센터 선임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양국은 미국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안보 이해가 일치하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기업의 숨통을 중국이 터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방에서도 중ㆍ러 협력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자밀 안더리니 아시아국장은 9일 칼럼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이 상호 이해 상충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칼럼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해상훈련이 이미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고, 이념적으로도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국제 질서에 저항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트럼 푸틴 브로맨스’보다 오히려 ‘푸틴-시 브로맨스’를 걱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핀란드 헬싱키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으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 못한데다 러시아의 2016년 대선개입 의혹 때문에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주류가 한목소리로 러시아 견제를 요구하고 있기에 오히려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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