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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냉방장치 고장 알고도 ‘찜통 비행’한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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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냉방장치 고장 알고도 ‘찜통 비행’한 대한항공

입력
2018.08.14 04:40
수정
2018.08.14 07: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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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제공. 연합뉴스
대한항공 제공. 연합뉴스

전국 대부분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던 지난 주말, 제주발 서울행 대한항공 국내선 항공기가 냉방시설이 고장난 채 ‘찜통 비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 측은 결함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비행을 취소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400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은 1시간 가까이 예상치 못한 무더위를 견뎌야만 했다.

냉방시설 고장은 12일 오후 4시 40분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오후 5시 30분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한 KE1240편(보잉747-400기종)에서 발생했다. 당시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A씨는 “기내 열기가 올라가면서 비행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내내 불안에 떨었다”며 “비행기에서 내릴 때에는 화가 난 승객들이 욕을 하거나 심하게 항의할 정도였다”고 했다.

원인은 비행기 내부 공기를 순환하는 장치인 ‘팩(pack)’ 결함으로 확인됐다. 팩은 상공에서 공기를 순환시켜 기내 압력과 온도를 조절하는데, 설치된 팩 3개 중 일부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온도 조절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기내는 30도 이상 치솟아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35도까지 육박했다고 한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매뉴얼에는 기내 적정온도가 24~26도로 유지되도록 돼 있다. 이날은 휴가철이면서 주말 막바지여서 승객 402명으로 만석이었다.

이 항공기는 서울-제주 사이를 2번 왕복하는 총 4번의 비행(KE1233, 1240, 1253, 1260편 순)이 예정돼 있었는데, 이미 첫 비행인 KE1233편부터 실내 온도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대한항공 측이 냉방시설 결함을 알고도 무리하게 비행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두 번째 비행인 KE1240편부터는 객실승무원들까지 나서 비행을 거부했지만, 관리 부서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니 비행을 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다음 세 번째 비행(KE1253편)은 지연됐고, KE1260편(제주-서울)은 ‘에어컨 정비 불량’ 사유로 결항하게 됐다. KE1253편 지연으로 예정 시각보다 3시간 늦은 오후 10시 30분에 제주공항에 도착한 여행객 김모(33)씨는 “렌터카 예약도 일정이 꼬이고 여행 시작부터 망쳤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앞의 두 편은 3개 팩 중 1개만 결함이 있어 비행 가능 기준인 ‘최소장비목록(MEL)’을 위반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후 팩 하나가 추가로 고장이 나면서 다른 비행기로 교체하느라 지연과 결항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앞서 2016년 8월에도 같은 항공기 기종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지연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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