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보험금 일괄지급과 관련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삼성생명 등에 일괄지급을 권고했다가 거부 당한 금융감독원이 민원인 소송 지원에 나선 터라 보험사와 금감원의 대결은 법정에서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13일 삼성생명은 서울중앙지법에 즉시연금 만기환급형 상품의 보험금 미지급금 사건에 대해 민원인 A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피고 A씨는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즉시연금 미지급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 중 한 명이다. 소송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판매한 즉시연금의 약관에 오류가 있었는지 따지고, 보험사에 미지급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앞서 해당 상품 가입자들은 “삼성생명이 약관에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채 월 연금액에서 사업비를 공제했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은 법원이 A씨의 손을 들어줄 경우 A씨뿐만 아니라 같은 상품 가입자 전체에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금감원이 미지급금 지급을 권고한 지난해 11월 이후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3년)가 완성된 건에 대해서도 시효와 관계없이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달 26일 삼성생명이 이사회를 열고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 여부를 놓고 법적 판단을 받아보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해당 즉시연금에 가입한 대상자는 5만5,000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보험사가 시간을 끌면서 소멸시효를 완성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생기고 있다”며 “민원인에 대한 권리ㆍ의무를 신속히 확정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A씨의 적격 여부를 검토한 뒤 최대 3,000만원의 소송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생명은 지난 이사회에서 가입설계서상 예시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연금액보다 적게 지급한 돈을 일부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이달까지 절차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산출 방법이 복잡하긴 하지만 이달 안으로 개인별 금액을 계산해 지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과 업계가 추산하는 일부 지급금액은 370억원 안팎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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