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는데 홍수가 났다고 연기하겠는가. 어떤 것도 나를 막을 수는 없었다. 후회는 없다. 행복하다"
제14호 태풍 '야기'의 영향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필리핀의 한 침수된 성당에서 결혼식을 강행한 커플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13일 보도했다.
주인공은 필리핀 북부 루손 섬의 불라칸주(州)에 사는 24세의 여성 조벨 델로스 앙헬레스다.
그는 태풍 야기가 뿌린 엄청난 비로 결혼식장인 하고노이 성당 바닥에 물이 들어찬 상황이었지만, 결혼식을 연기하는 대신 '직진'을 택했다.
SNS에 올라온 결혼식 영상을 보면 흰색 드레스 차림에 부케를 손에 든 델로스 앙헬레스는 발목까지 잠기는 흙탕물을 헤치고 결혼식장에 들어섰다.
웨딩드레스가 흙탕물에 젖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닥에 들어찬 물 때문에 걷는 게 쉽지 않았지만 웃음 띤 얼굴로 행진했고, 역시 예복이 무릎 아래까지 젖은 신랑과 만났다.
델로스 앙헬레스는 "홍수가 나고 비가 왔지만, 그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평행 한번 뿐인 결혼인데 연기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웨딩드레스가 물에 젖어 무거웠지만 레드 카펫 위를 걷는다고 생각하자고 다짐했다"며 "정말 기억에 남는 결혼식이었고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결혼식장에 오는 길도 험난했다. 홍수로 차를 탈 수 없어 배를 빌려야 했다.
하지만 태풍 야기의 위력과 공포도 7년간 2명의 자녀를 두며 사랑을 키워온 델로스 앙헬레스 커플의 결혼을 막지 못한 셈이다.
하객들도 물이 들어찬 성당에서 맨발로 델로스 앙헬레스 커플의 결혼을 축복하고 휴대전화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신부의 친척인 테레사 바우티스타는 "결혼식 상황이 좋지 않아 유감이었지만, 그들이 그런 환경을 이겨내 기쁘다"고 말했다.
태풍의 길목에 있는 필리핀에는 매년 20개의 크고 작은 태풍이 지나간다.
이번 태풍도 수도 마닐라를 포함한 북부 루손 섬 일대에 많은 비를 뿌렸고, 그 영향으로 강물이 불어나고 저지대가 침수되면서 3명이 목숨을 잃고, 5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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