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시위는 1,000명 넘어
“백인 민권운동 시위”를 자처하던 미국 백악관 앞 ‘우파 연대(Unite the Right)’ 시위가 집회 참석자 부족으로 사실상 무기력하게 끝났다.
지난해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대규모 시위 1주년을 맞은 12일 오후(현지시간) 백인우월주의자 제이슨 케슬러가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광장에서 개최한 집회에 당초 100~400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 모인 인원은 20명 남짓이었다. 개최 예정 시간도 오후 5시30분에서 7시30분으로 예고됐으나, 주최 측은 예정보다 이른 3시30분부터 행사를 시작해 1시간30분만에 끝냈다. 케슬러는 “지난해 집회에는 많은 인원이 왔는데 지금은 많은 이들이 겁을 내고 있다. 사람 수는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현장을 취재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라파예트 광장 극우집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인터뷰도 거부했다.
인근 거리에서는 오히려 반(反)인종주의 집회가 다수 열려 이들을 압도했다. 40개 반인종주의 단체가 개최한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백인우월주의 집회에서 연설이 이어지자 ‘부끄러운 줄 알라’ ‘나치는 집에 가라’ 등의 야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백악관 동쪽 프리덤 광장에서 열린 ‘증오에 맞서는 연대(United Against Hate)’ 행사에는 음악과 춤 등 문화공연이 열려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0년 전 인종주의 운동에 가담했다는 제이슨 도너드는 ‘나는 과거 네오나치였습니다, 질문해 주세요’라는 티셔츠를 입고 라파예트 광장 한 편에 나왔다. 그는 미국의소리(VOA) 등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폭력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기 위해 나왔다”라고 했다.
워싱턴 치안을 담당하는 컬럼비아 특별구 경찰은 라파예트 광장 중앙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극우 집회 참석자들이 행진할 때 주변을 호위하는 방식으로 양측의 폭력 충돌을 방지했다.
지난해 8월 12일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는 남부연합 로버트 리 동상을 철거하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래 팽창한 ‘알트라이트’의 세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맞불집회 참석자 헤더 하이어가 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극우 단체에 대한 경계심은 최고조에 달했고, 이후 극우 단체들은 내부 노선 충돌과 법률 분쟁, 반인종주의 맞불집회의 증가 등으로 축소ㆍ분열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샬러츠빌 집회를 “무의미한 죽음과 분열을 낳았다”고 비판한 후 “모든 인종주의와 폭력에 반대한다”라고 트윗을 남겨, 극우진영과 거리를 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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