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리더’ 바람이 불고 있는 유럽에서 또 한 명의 40대 총리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총선을 치른 슬로베니아에서, 제2당 지위를 얻은 반체제 정당 ‘리스트(LMS)’ 마르얀 세렉(40) 대표가 새로운 내각을 이끌 총리로 지명되면서다. 에마뉘엘 마크롱(41) 프랑스 대통령과 제바스티안 쿠르츠(32) 오스트리아 총리, 재신더 아던(38) 뉴질랜드 총리 등 3040세대가 새로운 정치 지도자 세력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따르면 총선에서 13석을 차지한 ‘리스트’와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D), 현대중앙당(SMC), 알렌카 브라투세크당, 연금생활자당(DeSUS) 등 다섯 정당은 세렉 대표를 새 총리 후보로 지명키로 했다.
앞서 총선에서 반(反) 난민 기치를 내건 강경 보수 성향의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이 25석을 얻어 제1당 지위를 획득했지만, 세렉 대표가 일찌감치 SDS와 손을 잡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중도 좌파 중심의 정당들이 뭉치면서 연정 논의에서 원천 배제됐다. SDS를 이끌어왔던 야네즈 얀샤 전 총리는 총선 승리로 재기를 도모했지만 여의치 않게 됐다. 얀샤 전 총리는 재임 시절 벌어진 부패 스캔들로 인해 이미 민심을 잃은 상태다.
총리 후보 지명안은 17일 표결에 부쳐지는데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리스트와 나머지 4개 정당의 의석수를 합쳐도 전체 90석의 과반에 못 미치는 43석이지만, 급진 좌파 성향의 ‘좌파(Levica·9석)’ 당이 자율투표 형식으로 협력하기로 이미 합의를 이뤘기 때문이다.
코미디언 겸 정치 풍자가 출신인 세렉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북부 캄니크 시의 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첫 시장 도전 때는 중도 좌파 슬로베니아 긍정당 소속이었으나 2014년 선거 때는 ‘리스트’ 당을 조직해 출마했고 재선에 성공했다. 세렉 대표는 기성 체제의 부정과 대통령 권한 강화를 주장하며 2017년 대선에 출마해 결선투표까지 진출하는 등 선전했지만 보르투 파호르 대통령에게 패했다.
총리 후보 지명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세렉 대표는 15일 이내에 내각을 구성한 뒤 다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좌파’ 당이 공식적으로는 연정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 정부는 소수 정부로 출발하게 된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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