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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차라리…” 폐지론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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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차라리…” 폐지론까지 등장

입력
2018.08.12 19:00
수정
2018.08.12 23:3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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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도 900여건 달해

박능후 장관 “의견 수렴” 진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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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재정고갈보다 노후보장 초점

정부는 선택지보다 종합안 제시하고

국민도 성숙한 자세로 논의 참여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민연금 제도발전ㆍ재정추계위원회가 국민 노후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연금 수급개시 연령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들의 자문안을 중심으로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는 계획이지만, 공식 공개 되기도 전에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대두되는 등 논의에 큰 난항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고갈’보다는 ‘노후보장’에 초점을 맞춰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국민들은 냉정을 찾고 성숙한 자세로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2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보면, 위원회의 개선안 일부가 보도된 10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900여건에 달하는 국민연금 관련 청원이 잇따라 게시됐다. “수십년 간 납부해 온 국민연금이 바닥날 위기니 더 많이 내라는 주장이 말이 되느냐. 이미 납부된 국민연금을 반환하고 제도를 폐지하라”는 극단적인 폐지론부터 “의무가입제도를 없애고 선택 가입으로 전환하라”는 선택가입제 도입론도 제기됐다. 특히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보험료 인상안보다 연금 납입 상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지급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 분노에 더욱 불을 붙였다.

위원회 안팎에 따르면 오는 17일 4차 재정추계 결과와 함께 발표될 제도개선 자문안에는 국민연금 기금고갈시기가 2013년 3차 재정추계가 예측한 2060년에서 3년 이른 2057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 담겼다. 제도위는 노후 생활보장과 재정안정을 목적으로 2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올해 45%인 소득대체율(현직 때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매년 0.5%포인트씩 낮춰 2028년까지 40%로 조정하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해, 내년부터 45%로 고정하는 대신 보험료율을 9%에서 당장 1.8%포인트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안은 소득대체율은 현재 계획대로 유지하되, 2033년까지 보험료율을 13%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2안에는 연금 수급개시 연령도 2038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상향 조정해 2048년 68세로 높인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저작권 한국일보]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
[저작권 한국일보]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이날 박능후 장관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위원회 제시안은 자문안으로 바로 정부 정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중심으로 이해당사자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후 10월 말까지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실제로 연금 납입 및 지급개시 연령을 조정하는 방안은 제도위가 제시한 2가지 방안 중 ‘국민의 노후 보장’보다 ‘연금 재정안정’에 좀더 방점을 둔 ‘2안’에 포함된 것으로, 상당한 국민 저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안에 반영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속에서, 정부의 해명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최근 누진세를 없애라는 민심과 달리 ‘소폭 인하’에 그친 전기세 조정과 더불어, 최근 하락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에 자칫 국민연금 개혁 논란이 가속도를 붙이는 방아쇠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금 고갈’에 초점을 맞춘 공론화는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만큼, 국민들이 냉정을 찾고 성숙한 토론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 노후생계 보장과 관련한 종합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설득 과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애초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을 지속적으로 올리도록 설계됐지만 여론 반발 등으로 1998년 이후 20여년 동안 9%로 고정하면서 인상을 너무 오래 지연해왔다”며 “정부가 제도위 자문안을 중심으로 선택지를 던지기 보다는 직접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금 제도를 복합적으로 개선한 종합안을 제시해 설득력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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