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영국 작가 V.S. 네이폴이 11일(현지시간) 런던 자택에서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네이폴의 아내인 나디라는 “남편이 사랑하는 이들에 둘러싸여 생을 마감했다”며 “그는 뛰어난 창조성과 노력으로 가득 찬 생을 살았으며 그가 성취한 모든 것에서 거인이었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1932년 영국령인 서인도제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인도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태어난 네이폴은 식민주의와 가족주의, 인종문제에 대한 예민한 촉수로 다수의 소설, 논픽션을 남겼다. 그에게 작가로서의 영감을 준 이는 신문기자 출신이었던 아버지로 후일 그는 아버지를 소재로 한 ‘비스와스씨를 위한 집’이라는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하기 위해 10대 후반 고국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떠나온 그는 평생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았지만, 서인도제도의 여러 국가를 여행하면서 피식민지인들의 억압적 현실을 고발하는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의 작품에 대해 “제국주의의 파편 같은 현실을 강철 같은 시각으로 관찰하며 다수의 소설과 여행기를 남겼다”고 평했다. 실업, 속악함, 인구폭발, 인종주의 등 고발자적인 시각으로 식민주의를 묘사했던 그는 독설가로도 유명했는데 인도를 ‘노예사회’라고 꼬집기도 했고,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초기 식민주의에 천착하던 그는 후일 이슬람 문화를 탐구하기 위해 이란과 파키스탄, 인도네시아를 여행하기도 했고 에바 페론의 영향력을 확인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를 여행하기도 했다. 1971년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문명을 널리 알린 그는 1989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2001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우리에게 억압된 역사의 존재를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었다”면서 “그의 문학은 서인도제도를 넘어 인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의 이슬람 세계까지 뻗어 나갔다”고 노벨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도착의 수수께끼’ ‘흉내’ ‘자유 국가에서’ 등의 작품을 남겼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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