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보수 텃밭’으로 불렸던 부산을 방문했다. 국가주의 논쟁을 점화해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섰던 김 위원장은 방향타를 잠시 돌려 그나마 보수 정서가 남아있는 부산ㆍ경남(PK)에서 한국당 재건을 노리는 모양새다.
이날 6ㆍ13 지방선거에서 초토화된 부산시당을 방문한 김 위원장은 비대위 지방 경청회를 열고 부산지역 낙선자들을 만나 선거 패인을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진작 찾아 뵙고 고생하신 데 대해서 참 수고했다는 말씀도 드리고 위로의 말씀도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늦어서 죄송하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지난 선거에서 한국당이 받아든 성적표는 부산시장 수성 실패뿐만 아니라 지역구 시의원 42명 중 4명, 기초단체장 16명 중 2명 당선으로 사실상 전멸에 가까운 수준이다.
낙선자들이 꼽은 선거 패인은 홍준표 전 대표 체제 하의 중앙당에 집중됐다. 홍 전 대표와 갈등을 빚은 후 우여곡절 끝에 공천을 받았던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선거가 끝난 지) 두 달 가까이 됐고 저희들도 정신을 차릴 때쯤 돼서 당의 재건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탤 기회를 주셨다”고 비대위에 힘을 실었다. 한 참석자는 “수차례 중앙당에 ‘이번 선거 힘들다’고 청원을 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회의가 끝난 후 김 위원장은 “중앙당 선거전략 부실, 중앙당 내분, 여러 가지 부적절한 언행들이 있었다는 따가운 얘기를 들었다”면서 “인적 청산이 없이는 결국 중앙당의 이미지를 회복하기가 어려울 거란 얘기들을 들었는데,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부산 방문은 급전직하하는 PK 민심과 무관치 않다.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실시한 8월 1주차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에 따르면, PK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1.1%로 나타났다. 이는 김 위원장 취임 직후 이뤄졌던 7월 3주차 조사(30.3%)와 비교할 때 1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수치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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