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고교야구대회에서 충청ㆍ강원ㆍ제주권 팀들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청룡기 대회 때 청주 세광고가 8강에 오른 것이 이번 시즌 최고 성적일 뿐, 어느 팀도 4강에 들지 못했다.
15일 개막하는 제46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예선 없이 전 고교 팀이 참가하기 때문에 이변이 속출한다. 자존심을 구겼던 전통의 충청권 강호와 강원권 다크호스가 올해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다.
천안 북일고, 세광고가 8강에 진입할 후보로 꼽힌다. 다크호스로는 대전고, 강릉고가 거론된다. 충청 및 강원 지역 1차 지명 선수 선발권을 갖고 있는 한화의 이정훈 스카우트 팀장은 “북일고가 투ㆍ타에 걸쳐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세광고는 타격이 뛰어나지만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는 게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북일고에서 주목할 선수는 사이드암 투수 최재성(3년)이다. 최재성은 직구가 시속 140㎞ 정도 나오며,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은 최재성을 상위 라운드 지명 선수로 보고 있다. 또 3~4번 중심 타선에 포진한 고승민(3년)과 변우혁(3년)도 듬직하다. 고승민은 공ㆍ수에서 기본기를 갖췄다는 평이며, 변우혁은 한화에 1차 지명으로 뽑힐 만큼 일발 장타력이 돋보인다.
세광고는 청룡기 세 경기에서 20점을 뽑는 공격력으로 선전했지만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대통령배에서도 2경기에서 13점을 냈지만 투수력에서 밀려 일찌감치 짐을 쌌다. 오태우(3년), 조현호(3년), 박계륜(2년) 등이 마운드에서 힘을 내줘야 8강 이상의 성적을 바라볼 수 있다.
다크호스의 대전고는 에이스 이재환(3년)과 그 뒤를 받치는 한건희(2년)가 믿음직스럽다. 우완 정통파인 이재환은 직구 시속 140㎞ 초중반대 공을 뿌리고, 볼 끝도 좋다는 평가다. 한건희 역시 이재환과 비슷한 구속의 직구를 던진다. 좌완 홍민기(2년)도 140㎞대 빠른 공이 일품이다. 이정훈 팀장은 “투수력은 좋지만 타격이 뒷받침 되지 않아 어렵게 풀어갔는데, 방망이만 지원된다면 얼마든지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팀”이라고 했다.
선수 저변이 약한 강원 지역에선 강릉고가 눈에 띈다. 강릉고는 덕수고와 신일고를 이끌면서 다섯 차례 우승을 경험한 최재호 감독이 2016년 6월 부임한 뒤 전국대회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꾸준히 냈다. 선수층이 얕은 지역에서 최 감독의 지도력을 믿고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이 팀장은 “강릉고가 선수 스카우트를 잘해서 미래가 있다”며 “전형적인 고교 팀답게 아기자기한 야구를 잘한다. 1학년 투수부터 3학년 투수까지 전체적으로 공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좋고 경기를 잘 풀어간다”고 강릉고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밖에 설악고와 원주고, 유일한 제주 팀인 제주고는 고전이 예상된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